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과 논의가 오간 정황도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23일 열린 김 전 청장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청장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증거)분석결과를 왜곡해 발표하기로 마음먹고 왜곡, 은폐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의 '제출자 의견'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당시 의혹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모 씨가 자신의 컴퓨터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지난 10월 이후, 3개월간 문재인·박근혜 후보 비방 지지글에 대해서만 확인해달라는 "의견'을 첨부했는데 이를 디지털 증거분석팀의 '분석범위 제한' 조건으로 왜곡시켰다는 설명이다.
검찰 조사 결과 당시 경찰은 ▲10월 1일 이후 자료 ▲김씨 노트북에 한해서 나온 자료 ▲박근혜 문재인 후보 지지 비방 게시글 ▲국정원 직원 김씨가 게재한 자료로 제한시켰다.
결과적으로 노트북에서 발견된 텍스트 파일이나 김씨가 관리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 닉네임, 찬반클릭 여부 등은 모두 분석범위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 밖에도 김 씨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에 대한 비방글은 문재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고, 노트북에서 발견된 특정후보에 대한 비방글은 김씨가 직접 게재한 사실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의혹의 대상자인 김씨가 제한한 틀안에서 경찰이 장단을 맞춰준 셈이 됐다.
◈ 檢, 분석제한은 "은폐·조작 범행 수단에 불과하다"
검찰은 이같은 경찰의 분석범위 제한을 "결국 은폐 조작 범행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이 이같은 분석범위 제한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형사 소송법 제 106조 3항에 대해서도 "'압수'와 관련이 있는 조항이지 혐의사실과 관련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색'과는 전혀 상관없는 조항"이라고 반박했다.
사실상 수사대상인 국정원과의 입을 맞춘 정황도 드러났다.
국정원 국장급 고위관계자가 디지털 증거분석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에 김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산전문가에 따르면, 하루면 분석이 완료된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늦어지느냐"라며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해소해 주는 쪽으로 신속히 결론이 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
검찰은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에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있은지 11분 만에 국정원 측에서 민주당 측을 비난하는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린 사실을 지적했다.
검찰은 "11분이면 보도자료 발표는커녕 내부 보고마저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라며 경찰측과 국정원 사이에 부적절한 논의가 있었음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