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인사' 논란을 의식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한수원 본사 조기 이전을 비롯한 지역의 현안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6월 초 원전 시험성적서 위조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균섭 한수원 장을 면직했다.
이어 공모절차를 통해 전직 관료와 한전 출신 등 15명 안팎의 지원자를 받았다.
하지만 한수원은 지난 21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지원자 중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재공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6월 빚어진 일부 공공기관에 대한 '관치 인사' 논란을 의식한 청와대가 한수원 사장에 관료출신과 한전, 한수원 출신 등을 배제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하면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한수원은 23일부터 6일간 지원서를 받는 등 사장 선임 절차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으로 최소 다음 달 중순까지는 사장 공석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말로 예정된 한수원 본사의 경주 완전 이전과 신사옥 착공 등 당면한 지역의 현안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사 완전이전까지 불과 4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임시 사무실과 임시 사택 마련 문제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올 봄으로 예정됐던 양북면 신사옥 착공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직원 사택 부지와 한수원 자사고 부지 선정 작업도 사장 공석으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전 부품 비리 사태로 수십 명의 전현직 직원이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으면서 구심점을 잃은 한수원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져 본사 조기 이전에 대한 저항감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기관의 한 관계자는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로 정부가 긴급 전력수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지만 전력시설을 관리하고 내부기강을 단속해야 하는 한수원의 수장은 두 달째 공석인 상태로 직원들의 불안감과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구속되거나 검찰의 조사를 받는 동료들을 바라보는 한수원 구성원들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수원과 원전을 하루 빨리 안정시키고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한수원 사장의 조기 임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