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반대단체 죽이기 시작됐나?

"거짓말하고 있다"대대적 선전전..."더 큰 저항 불러 올 것"

한전과 정부, 밀양시가 밀양송전탑 반대단체를 고립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전은 지난 12일에 이어, 22일 밀양시내 5일장터에서 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홍보집회를 열었다.

한전은 이번 집회에서 '밀양 송전선로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이란 제목의 전단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765㎸ 신고리-북경남 발전의 전력 공급 권역, 송전선로 전자파, 지원 및 보상 등과 관련해 주민이 잘못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대책위가 그동안 거짓말로 주민들을 속여왔고 '대안 없는 반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주민들과 반대대책위를 분리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처럼 한전과 정부, 밀양시는 반대대책위를 주민들로부터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실상 '반대대책위 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 일제히 "외부 세력 개입말라" 한 목소리

밀양 주민들이 격렬한 반대에 나선 것은 반대대책위가 송전선로 사업 전반과 한전의 보상방안 등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주고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달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주민들에게 정보가 차단돼 있어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가 없다"며 "(송전탑 반대대책위 지도부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만 주민들에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시작으로 반대대책위의 개입 불가를 주장하는 발언들이 잇따랐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다음 날 경남도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반대대책위를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더이상 개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엄 시장은 "과장.왜곡된 정보로 주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행위는 더이상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밀양주민들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원전 폐기 등 또다른 갈등의 씨앗을 원하는 외부세력이 이제는 밀양 문제에 개입하지 않길 진심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밀양지역 관변단체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송전탑 갈등에 관여하는 어떠한 외부 세력도 주민 화합과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주민 외에 다른 외부 단체들은 송전탑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 달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전 부사장도 기자들에게 천주교와 반핵단체가 개입됐고, 주민들이 그 사람들에게 세뇌당했다고 말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탑 반대 대책위가 워낙 강경하게 입장에서 주민과 한전의 접촉을 차단해 대다수 주민들이 한전의 보상계획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민대표 기구로 인정 받은 반대대책위 막으면 더 큰 저항"

하지만, 반대대책위는 한전과 각각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국회에서 여러 차례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해 왔다.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사실상 국회로부터 반대 측 주민 대표 기구로 인정을 받은 상태다.

이처럼 반대주민들의 대표기구인 반대대책위를 무시하고 고립시키려고 하다가는 더 큰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과 정부, 밀양시가 또다시 반대대책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주민들 입장에서는 대화의 창구 자체를 봉쇄하려는 시도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계삼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그동안 반대 주민들은 반대대책위를 중심으로 뭉쳐 왔는데 이를 해체시키려는 한전과 정부의 비열한 술책"이라며 "주민들은 반대대책위 몇몇 사람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무지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대대책위는 오는 28일과 다음 달 4일 밀양과 국회에서 자체 설명회를 열고, 기존 765kV 송전탑 설치 지역에 대한 답사 보고, 반대대책위의 요구와 입장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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