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맞고 의사 폭언 시달리고…병원노동자 인권 주의보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병원 노동자들이 환자나 보호자, 의사들로부터 겪는 폭행, 폭언, 성희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지난 3월~5월 88개 의료기관 종사자 2만2,2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54.4%가 환자로부터, 46.2%는 보호자로부터 폭언을 경험했으며 의사에게 폭언을 당한 경험도 24.1%로 조사됐다고 22일 밝혔다.


또한 환자로부터의 폭행을 경험한 비율도 11.7%로 조사돼 병원 노동자들의 안전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링거폴대를 들고 간호사를 치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폭행을 당한 피해당사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직종별로는 환자로부터의 폭언을 당한 경우는 경비안내교환(78.8%)→간호사(61.4%)→환자이송(62%)→간호조무사(45.0%)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의사로부터의 폭언을 경험한 비율이 32.6%로 타 직종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환자에게 폭행당한 비율은 간병요양보호사(58.3%)→경비안내교환(20.3%)→환자이송(19.1%)→간호사(14.2%) 순으로 조사됐다.

환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경우는 간병요양보호사 (24%), 간호사(13.4%)가 타직종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공공병원에서 폭언폭행 및 성희롱 비율이 높았다.

보건의료노조는 분초를 다투는 병원 특성상 하급자에 대한 상급자의 언어폭력, 간호사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들의 폭언, 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병원 및 의료기관에서 폭언폭행 및 성희롱에 대한 노출 빈도가 갈수록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대처방식이나 사전예방은 미약했다.

폭언, 폭행, 성희롱에 시달린 뒤로도 직장에서 해소프로그램이나 교육을 받는다는 응답은 21%, 적절한 휴식을 보장 받는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피해자의 70%가 '혼자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답했으며,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에 도움을 청하는 비율은 3%에 그쳤다.

보건의료노조는 "공식적인 해결방안이 미약하고 피해 당사자를 보호하는 대책이나 보상책이 미비하거나 형식적인 매뉴얼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조는 ▲병원사업장에 맞는 성희롱예방교육 의무적 실시 및 피해자의 정신적 치유프로그램 마련 ▲폭언폭행 예방프로그램 및 대응 메뉴얼 마련 ▲직장의무실 설치 ▲폭언폭행 금지 마련 ▲성희롱, 성폭행 피해자 보호조치 지침 마련 등을 2013년 산별중앙교섭의 주요한 요구로 채택하여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곳으로서 상호존중과 협력, 인격적 대우, 안전이 어느곳보다 필요한 곳"이라며 "병원에 만연해 있는 수직적인 조직문화, 인력부족, 안전대책 미흡 등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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