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며 남자농구의 희망으로 떠오르자 프로농구가 출범한 뒤 대학농구와 멀어졌던 팬들은 신선한 자극을 느꼈다. 그 분위기가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끝나자마자 개막한 프로-아마농구 최강전으로 이어졌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프로 구단들은 이번 대회에서 들러리나 다름 없었다. 팬들은 프로 '형님'들에게 거침없이 도전하는 대학 '동생'들을 응원했고 또 승리를 기대했다.
프로농구 챔피언 울산 모비스와 고려대가 격돌했던 지난 21일 준결승전, 경기장은 마치 고려대의 홈 코트같았다. 하지만 프로 관계자 그 누구도 기분나빠 하지 않았다. 코트에 불어닥친 신선한 바람을 반겼다.
'형님'들의 완승으로 끝났던 작년 제1회 대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당시 프로 팀들은 시즌 도중 대회에 나서 100% 전력에 가까웠다. 외국인선수가 뛰지 않았지만 대학리그를 마치고 휴식기를 갖던 대학 팀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올해는 반대다. 대학리그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고 프로 선수들은 몸 만들기에 한창인 시기다. 그 차이를 감안해야겠지만 그래도 대학 팀들의 선전은 놀라웠다.
고려대는 고양 오리온스와 부산 KT, 모비스를 연파하고 결승에 오르더니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디펜딩 챔피언' 상무마저 꺾고 정상을 차지했다.
206cm의 1학년 센터 이종현은 올해 대회가 배출한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경기 두자릿수 득점과 리바운드를 올렸다. 모비스전에서는 27점 21리바운드를 올리는 괴력을 발휘하며 자신이 남자농구의 미래임을 입증시켰다.
이종현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평균 22.3점 14.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유재학 감독은 준결승전이 끝난 뒤 "KBL에 와서 외국인선수와 경쟁을 하는 모습이나 국제대회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평가를 해야한다"며 외국인선수의 공백으로 높이가 약해진 프로 팀들을 상대로는 진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이미 농구 팬들은 서장훈 이후 20년만에 등장한 정통 센터의 잠재력에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종현과 강력한 '트윈타워'를 형성한 이승현을 비롯해 졸업을 앞둔 '돌격대장' 박재현, 슈터 문성곤과 김지후 등도 선배들에게 밀리지 않은 기량과 패기로 코트를 누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 9월 신인드래프트를 달굴 경희대 3인방, 김종규과 김민구 그리고 두경민이 이끄는 경희대는 대회 16강전에서 전주 KCC를 제압, 대학 최강의 자존심을 세웠다.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남자농구를 16년만에 세계 무대로 올려놓으며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은 4학년 가드 김민구는 27점을 몰아넣으며 코트를 뜨겁게 달궜다. 관계자들이 왜 그를 제2의 김선형(서울 SK)으로 기대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 경기였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의 전성기는 연세대와 고려대 등 대학 유망주들이 불러 일으킨 새 바람에 힘입어 탄력을 받았다. 비슷한 느낌의 신선한 바람이 다시 한번 코트를 시원하게 스쳐 지나갔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 아시아선수권에서의 선전을 이어간 코트의 열기는 관계자들을 한껏 고무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 여름에 펼쳐진 '농구 축제'
그동안 프로농구는 비시즌 기간에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이벤트가 부족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6월 중순쯤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이어지는 신인드래프트와 FA 이적시장으로 여름을 보낸다. 그 시기에도 팬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올해부터 8월을 개최 시점으로 잡은 프로-아마 최강전은 비시즌 농구 팬들의 관심을 유지시킬 대회로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대회 기간 8일동안 평균 4,721명의 관중이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았다. 결승전을 보러온 관중은 무려 6,072명이었다. 같은 장소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프로농구 최고 인기팀 서울 SK의 지난 시즌 평균 관중수와 비슷한 숫자다.
작년 제1회 대회의 평균 관중은 1,780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