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스]“박근혜 정부, 왜 금강산 관광 소극적일까?"

금강산 관광 바라보는 시각 차이 때문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추석을 전후해서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남북 간 쟁점 현안으로 떠올랐다.

북측이 우리 정부의 추석을 전후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에 화답하면서 금강산관광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하자 정부는 고심 끝에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며 다음달 25일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자고 다시 제의했다.

그러나 북측이 이 제의에 대한 답변을 해오지 않으면서 내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 개최여부도 아직 미정이다.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남북관계가 새로운 고비를 맞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정부, 왜 금강산 관광 재개에 소극적일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추석을 전후해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는 거냐?

자료사진
= 아직은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됐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내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장소가 정해지지 않아서 이 회담이 열리게 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내일(23일) 열기로 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회담이 어디서 열릴 지는 정하지 못한 상태다.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면회소에서 진행될 것이니까 금강산에서 실무회담을 열자는 제의를 했고 우리 정부는 회담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판문점에서 열자고 제의한 상태다.

오늘 중 회담장소가 정해진다면 내일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고 그렇다면 추석을 전후해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이 우여곡절 끝에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자 북측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남북 양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대화와 교류를 이어가길 원하는 만큼 이산가족들의 염원인 상봉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9월중에 개성공단 재가동, 추석 전후 늦어지면 10월 중순경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내일 회담장소가 정해지지 않는다면 어려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내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이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무회담이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논의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금강산에서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한 것은 금강산에 세워진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상봉행사를 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이 문제만 합의된다면 큰 어려움은 없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도 1차는 줄다리기 끝에 판문점에서 열렸다. 그 이후에는 개성에서 진행됐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도 1차 회의는 판문점에서 열리더라도 2차 회의에서부터는 구체적인 상봉행사 점검을 위해 금강산에서 열린다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북측이 어제 오후까지 이산가족 상봉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어떤 형식이던 답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무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금강산이 아닌 서울과 평양을 교차 방문하는 안을 제시할 경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성사되지 못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되는 부분이다.

▶ 남북 양측이 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 장소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거냐?

= 일종의 기싸움 또는 수 싸움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함으로서 당연히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공론화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지난 18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23일에 열자는 우리 정부의 제의를 수용하면서 하루 앞서 22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한 것이다.

북측은 이어 19일에는 "개성공업지구 문제가 해결의 길에 들어선 오늘 금강산 관광도 재개되어야 하며 그것은 북남관계 개선에도 매우 유익한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도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 제의를 거부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버는 방안을 채택했다.

북측에서 이산가족 상봉제의를 수용하면서 금강산 회담을 제의했는데 이를 거부할 경우 이산가족 상봉행사 자체가 불발로 그칠 가능성이 높으니까 금강산관광 재개회담을 수용하되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후 또는 상봉행사를 즈음해서 회담을 열자는 안을 제의한 것이다.

금강산관광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되 이산가족 상봉과는 별도의 사안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냐?

사진=청와대 제공
=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에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닐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이던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몇 가지를 언급했지만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어제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한 지 133일 만에 재발방지와 국제화에 합의했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과거 남북관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상생의 새로운 남북관계가 시작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추석을 전후로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주길 바란다"며 "또한 분단과 대결의 유산인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기를 북한에 제의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 그리고 새로운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언급했지만 금강산관광은 거론하지 않았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금강산관광이 남북관계에서 그렇게 큰 비중이 아니라는 점을 내비쳤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어제 21일 박근혜 정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정리한 소책자와 팸플릿을 발간하면서 이를 설명하는 내외신 기자 간담회를 열었는데 기자들의 금강산 관련 질문에 대해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는 신변 안전 보장이 핵심이다. 복잡한 쟁점이나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북한 관계 전반을 놓고 볼 때 금강산 관광 문제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류 장관은 특히 "실타래 같은 문제들을 단번에 풀기보다는 점진적 단계적으로 풀어나가겠다. 그런 과정에서 이뤄진 신뢰라는 게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를 논의는 하겠지만 그렇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정부가 왜 금강산관광 재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냐?

=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핵심은 금강산관광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다.

금강산관광이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이지만 보수층에서는 북한의 돈줄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은 금강산 관광 대가로 지급하는 현금(달러)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이와 관련해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미국의 부시정부에서 주한 미 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 개혁 측면에서 이해하지만 금강산관광 사업은 그만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당시 사견임을 전제로 "하나(개성공단)는 인적자본을 대상으로 한 장기투자를 위해 고안된 것 같고, 다른 하나(금강산관광)는 그보다는 북한 정부 관계자(북한 권부)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며 "두 프로젝트는 매우 다르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가 이 발언을 한 뒤 논란이 일자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미국 정부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정부가 북한에 △진상 규명 △재발 방지 약속 △신변 안전 보장의 '3대 선결 요건'을 제시했는데 이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5.24 조치 해제 문제가 걸려있고 또 유엔의 제재가 진행 중인 점도 고려대상일 것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느냐 하는 문제도 핵심사안일 것이다.

▶ 그렇다면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은 있는 거냐?

= 한마디로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게 빠른 시일 안에 재개될 지는 미지수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일단 긍정적인 부분은 정부가 북한의 금강산관광 재개 제의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날짜를 구체적 적시했기 때문에 관광 재개 협의를 하자는 입장은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도 21일 박수진 부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9월 25일로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을 제의했고 이산가족 상봉은 그 이전에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통일부 당국자는 브리핑 뒤 별도의 설명을 통해 "선후 개념은 아니며 구분해서 한다는 것"이라면서 "기계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안 되면 금강산 회담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공식화 한 것이다. 그러면서 전제조건을 달지도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화를 하자면서 '핵 문제'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면서 '핵 문제 포기 없이는 대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제의한 것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제의했다는 그 자체만도 큰 진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금강산관광 재개가 성사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처럼 금강산 관광 문제도 협상 횟수를 쌓아야 할 것"이라며 "논의해야할 쟁점이 많으므로 협상절차를 거쳐서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성사되고 상봉이 금강산 면회소에서 1회성이 아닌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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