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8년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학교 앞 200m 내에 있는 지역을 그린푸드존으로 지정했다. 학교 앞 먹을거리를 감시ㆍ관리하는 업무는 2009년부터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전담관리원)에게 맡겼다.
전담관리원은 일종의 소비자 감시단이다. 그린푸드존에서 판매하는 각종 먹을거리의 위생상태와 유통기한 등을 따져 적합성 여부를 조사ㆍ지도한다. 위반사항이 있는 업소가 발견되면 해당 공무원에게 보고한다. 현재 4600여명의 전담관리원이 활동하고 있다.
전담관리원은 대부분 가정주부다. 위생사나 영양사 출신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학교 주변의 식품판매환경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 중 학교장이 추천하는 이를 전담관리원에 우선적으로 지정한다. 학부모들이 전담관리원으로 나서면 자녀들의 건강을 생각해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적극적일지는 몰라도 전문성이 없다.
식약처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길라잡이'에 따르면 전담관리원이 점검해야 할 곳은 한두 곳이 아니다. 그린푸드존 내에서 식품을 즉석 제조ㆍ판매하는 구멍가게는 물론 식품자동판매기ㆍ일반음식점ㆍ제과점ㆍ백화점이나 슈퍼마켓ㆍ학교매점까지 포함돼 있다. 더구나 주요 점검사항은 영업신고증 확인에서부터 원재료의 사용에 관한 적합성 여부 확인, 품질관리 점검, 제조시설과 제조공정 점검, 위생상태 점검, 법적 시설기준 점검, 영업자 준수사항 이행 여부 등이다. 식약처의 담당 공무원이 수행할 만한 수준의 일을 학부모에게 맡기고 있는 셈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언급했듯 전담관리원은 학교장의 추천을 통해 우선 지정된다. 당연히 학교가 주관하는 각종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학부모가 전담관리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학교에서 입김깨나 있는 사모님들'이 전담관리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활동요령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 물의를 빚어도 자격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문방구 점주는 "어떤 이들은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도 않은 채 고압적인 자세로 이것저것 살피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가뜩이나 정부가 4대악이니 불량식품이니 해서 장사도 안 되는데, 공무원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나서서 우릴 범죄자 대하듯 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