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자존심' 울산 모비스와 '대학 최강' 경희대가 격돌한다. 20일 오후 4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되는 2013 KB국민카드 프로-아마농구 최강전에서 4강 진출 티켓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그동안 쌓인 사연이 많고 볼거리도 풍부한 경기다.
①챔피언과 챔피언이 만났다
모비스는 지난 2012-2013시즌 프로농구 우승팀이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무패행진을 달리며 왕좌에 올랐다.
경희대도 챔피언이다. 지난 2년 연속 대학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도 정규리그를 1위로 마쳐 여유있게 포스트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이 경기에 한해 프로-아마 최강전이 아니라 프로-아마 통합 타이틀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대결이다.
②양동근이냐, 김민구냐
경희대 4학년 가드 김민구는 요즘 농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최근 필리핀에서 막을 내린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쳐 한국 남자농구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김민구가 떠오르는 별이었다면 모비스의 베테랑 가드 양동근은 대표팀 가드진의 버팀목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정상급 수비수다. 지난 시즌에는 최우수수비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스피드와 힘, 상황 판단 능력과 예측력까지 모자라는 부분이 없다.
경희대에는 김민구와 더불어 외곽슛 능력이 출중한 4학년 가드 두경민이 포진하고 있다. 경희대 백코트가 날카로운 창을 가졌다면 양동근은 방패다.
207cm의 장신 센터 김종규의 패기를 외국인선수가 빠진 모비스 골밑이 어떻게 버텨낼지도 관심사다. 함지훈과 문태영의 어깨가 무겁다.
③작년 프로-아마 최강전을 달군 설전의 주인공
최부영 경희대 감독은 작년 제1회 프로-아마 최강전 당시 주축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은 프로 구단의 경기 운영을 비판하며 "프로 감독들이 상당히 강심장인 것 같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를 맞받아친 프로 감독이 있었으니 바로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다. 그는 "아주 불쾌했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크다. 1.5군이나 2군이 나와도 못 이기지 않았나. 훈련을 더 많이 하고 기술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두 사령탑의 지략 대결을 펼쳐지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팀을 이끄느라 오랜 시간 소속팀 사령탑을 비웠던 유재학 감독은 김재훈 코치에게 이번 대회 지휘봉을 맡겼기 때문이다.
④불편한 사연은 또 있다
지난 해 10월 국내선수 드래프트가 열렸다. 그 해에 개최된 두 번째 1군 드래프트였다. 모비스를 비롯한 3개 구단은 선수 1명씩을 지명했다. 이에 대학농구감독협의회는 1년동안 그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거절하기로 했다. 최부영 감독이 긴급 기자회견의 브리핑을 맡았다.
모비스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1월과 10월, 2013년에만 두 차례 드래프트가 열렸고 그 사이에 귀화 혼혈선수 FA를 통해 문태영을 영입해 선수를 뽑을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모비스는 그동안 드래프트 행사장에서 가장 많은 환호를 받았던 구단이다. 늘 평균보다 많은 신인 선수를 선발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모비스가 올해 전지훈련 일정을 길게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로-아마 최강전이 열리면서 모비스는 비시즌에 대학팀과 대결을 펼치게 됐다. 그것도 최부영 감독이 이끄는 대학 최강팀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