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판매권 획득을 위해 공무원과 경쟁자 매수(CBS노컷뉴스 지난 19일자 [담배에 '사활' 세븐일레븐…공무원 매수 의혹] 보도 참조)뿐 아니라 법을 교묘히 이용한 수법까지 드러나, '편법'과 '탈법'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장애인 명의 빌리면…" CU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편의점 프랜차이즈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개점을 준비하면서 운영 주체인 BGF리테일 담당자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았다.
BGF리테일 담당자는 A 씨에게 "담배 판매권 획득에 경합이 붙더라도 장애인 명의를 빌리면 판매권을 100% 취득할 수 있다"고 은밀하게 귀띔했다.
담배판매권은 편의점 매출에 절대적이라 A 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BGF리테일 측의 '조언'대로 A 씨는 장애인의 명의를 빌려 담배 판매권 획득에 성공했다. 경쟁자들이 있었지만 장애인 명의로 신청한 덕에 추첨을 면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었다. A 씨는 대가로 200만 원을 건네야 했으며, 취득 이후 수개월 뒤 명의를 빼도록 각서까지 썼다. 명의를 그대로 유지하면 차명인 장애인에게도 세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점포의 사업자등록증에는 A 씨 한 사람만 올라와 있지만, 담배 판매권은 여전히 두 사람 명의로 돼 있다.
담배사업법상 사업자등록증에 등록된 명의자와 담배 판매권리자는 동일해야 하지만, 차명인 장애인 명의가 빠져 일치하지 않으므로 불법인 상태다.
A 씨는 "경쟁자가 생긴 상태에서 담배 판매권을 얻지 못할 경우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터라, 불법인 걸 알고도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담배 판매권은 편의점 생존에 직결되지만 다수가 신청할 경우 추첨으로 정하도록 법에 규정돼 불확실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애인 명의를 빌리는 수법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는 다수가 신청할 경우 공개추첨으로 정하되, 신청자 가운데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가 있으면 추첨 없이 우선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악용해 신청할 때는 사업자등록증에 편의점주와 빌린 장애인의 명의를 넣은 뒤, 담배 판매권 취득에 성공하면 슬그머니 사업자등록증에서 장애인 명의를 빼는 것이다.
특히 이런 불법적인 행태는 편의점 프랜차이즈가 신규 점포를 여는 가맹점주에게 암암리에 제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속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일단 권리자가 정해지면 사실상 단속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엄연히 불법인데도 이런 행태가 만연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실제로 CBS노컷뉴스 취재 과정에서 CU 외에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도 "장애인 명의를 빌려 담배 판매권을 딸 수 있다"는 회사 측의 제안을 받았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한 전직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는 "개점할 때 영업사원으로부터 장애인 명의 대여 제안을 받았다"며 "다행히 담배 판매권 신청 때 경합이 붙지 않아 대여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폭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는 이 수법을 쓴다"면서 "아예 장애인 명의를 다수 확보해놓은 프랜차이즈도 있다"고 고발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자등록증 번호도 안 바꾸고 내용변경만으로 장애인 명의를 빼면 법률상 폐업신고를 해야 하지만 단속이 없어 그대로 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U와 세븐일레븐 측은 "담배 판매권을 따는 건 전적으로 점주가 알아서 하는 일"이라며 "본사에서는 장애인 명의 대여를 알지도 못하고 따로 지시한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오명석 회장은 "편의점을 창업할 때 담배 판매권이 없으면 영업이 불가능한 점을 미끼로 '갑'인 프랜차이즈 업체가 '을'인 점주에게 불법을 알선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