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의 전창진 감독은 누구보다 이승현의 잠재력을 크게 평가하는 프로 지도자 중 한 명이다. 힘과 기량, 무엇보다 농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영리한 플레이에 높은 점수를 주고있다.
고려대 전력의 핵심인 이승현이 전창진 감독의 KT를 상대로 또 한 차례 '아마의 반란'을 꿈꾼다. KT와 고려대는 19일 오후 4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프로-아마 최강전 8강전을 치른다.
고려대는 경희대와 더불어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프로의 벽을 넘고 생존한 대학 팀이다. 지난 17일 고양 오리온스를 89-82로 눌렀다.
이승현의 활약은 대단했다. 15점 10리바운드를 올렸다. 그 중 10점을 1쿼터에 몰아넣었다. 이승현이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대는 패기 넘치는 대학 팀답게 초반 상승세를 끝까지 이어갔다. 이승현이 끌고 국가대표 듀오 이종현(25점 12리바운드)과 문성곤(18점)이 뒤에서 밀어 쟁취한 승리였다.
고려대는 지난 해 프로-아마 최강전 16강에서 KT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금보다 여건이 좋지 않았다. 대학리그가 끝난 다음에 열린 대회라 대학 선수들이 리듬을 되찾기 어려웠고 이종현을 비롯한 1학년들이 막 합류해 처음 손발을 맞추던 시기였다.
지금은 다르다. 이승현은 "작년에는 계속 끌려가다 허무하게 졌다. 동계 훈련 때부터 (이)종현이와 호흡을 많이 맞췄기 때문에 작년보다는 자신이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승현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오리온스전에서 3점슛 시도 3개 중 2개를 성공시켜 대학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대학리그에서 중거리슛이 그의 주무기 중 하나인 것 맞지만
3점슛은 아니었다.
이승현은 최근 아픔을 겪었다.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했지만 최종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신 후배들이 발탁돼 필리핀 마닐라에 다녀왔다. 지켜보는 마음이 편했을 리 없다.
묵묵히 자신을 키웠다. 이민형 고려대 감독도 이승현이 대표팀 탈락 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상비군 시절 "프로에서 성공하려면 3점슛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는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의 조언을 새겨듣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 했다. 이승현은 내외곽을 모두 공략할 수 있는 선수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마추어의 반란으로 나날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프로-아마 최강전. 이종현과 함께 강력한 '트윈타워'를 이루고 있는 이승현의 다음 상대는 송영진, 장재석, 민성주 등 프로 빅맨들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국가대표 슈터로 자리를 잡은 조성민도 넓은 범위에서의 경쟁 상대다.
KT도 총력전을 예고했다. 전창진 감독은 첫 경기가 끝난 뒤 특히 가드진의 경기력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이러다가 망신을 당하겠다. 8강에서 조성민을 출전시킬 생각이다. 앞선이 편해지려면 윙에서 펼쳐지는 플레이가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