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불황 속 '뜨는' 한국형 헤지펀드…1년 반만에 10배

진입장벽 완화 목소리 높아..."기관투자자 유입이 관건"

사진=이미지 비트 제공
헤지펀드가 새삼 주목을 받고있다.

주식 채권 뿐아니라 파생상품 등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는 본래 위험회피보다는 투기적 성격이 더 강해 부정적 인식을 받아왔다. 우리 경제에도 외환위기와 키코(KIKO) 사태 당시 거액의 자금을 빼내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헤지펀드가 오히려 안정적인 대안 투자처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이른바 '한국형 헤지펀드' 바람인데, 높아진 수요만큼 진입장벽 완화 요구도 거세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정부가 직접 주도해 펀드 시장을 형성했다는 측면에서 외국 헤지펀드와 구별된다. 지난 2011년 12월 12개 펀드, 1,490억원 규모로 출범한 이래 줄곧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다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수익률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특히 수익률이 좋은 일부 펀드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백두는 지난해 9월 설정 이후 2,091억원을, 브레인태백은 올 3월 설정 이후 다섯 달 만에 2,759억원(설정원본 기준)을 끌어모았다. 브레인백두의 경우 1년도 되지 않아 20%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달 15일 늦깍이로 펀드 시장에 뛰어든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탑건코리아롱숏은 불과 한 달 만에 1,429억(설정원본 기준)의 자금을 형성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14곳 자산운용사에서 26개의 한국형 헤지펀드 1조 4,694억원 규모(설정원본 기준)를 운영 중이다. 1년 반만에 10배 가량 성장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절대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수요가 몰리고, 주식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기관투자자 등 '큰 손'들의 자금이 유입된 것을 결정적인 성장 배경으로 꼽고 있다.

대우증권 이기욱 애널리스트는 "헤지펀드가 최근 관심을 끄는 것은 코스피에 비해 좋은 수익률 때문"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하다 수익률을 고려해 한국형 헤지펀드로 관심을 돌리는 대안투자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롱숏' 전략을 대부분 구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특성이 최근 시장 흐름과 맞물린 것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롱숏은 주가가 오를만 하면 사고(Long) 내릴만 하면 공매도해(Short) 차익을 남기는 전략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롱숏은 종목간 차별화 장세가 뚜렷할수록 수익률이 좋아지는 전략"이라며 "최근 시장이 박스권 흐름에서 종목별로 차별화 되는 장세가 나타나다 보니 롱숏 전략이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같은 한국형 헤지펀드 성장세를 환영하면서도 일단은 시장의 성공 여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형 헤지펀드는 아직 절대적인 시장 규모만 해도 외국 헤지펀드에 비해 현저히 작은 데다 투자자들이 투자의 기본자료로 검토하는 '트랙레코드(일종의 실적)'를 쌓아가는 중이다.

또한 업계 1위와 꼴찌의 수익률 차이가 30%를 넘을 정도로 크고 일부 업계에 수익률이 편중된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 부분의 해결이 과제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진입장벽을 낮춰야 투자를 더 활성화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는 기관에는 많이 투자가 몰리고 있지만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고 있다"며 "진입장벽을 좀 낮춰줘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헤지펀드 운용업자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는 모습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남재우 박사는 "현재 시행착오를 거쳐 적응기에 들어가 기관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단계"라며 "진입장벽은 낮추는 게 맞다. 다양한 플래너들이 들어와 시장이 튼튼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관 투자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수익자들이 요청을 하면 헤지펀드의 투자포트폴리오에 대해 종목별 롱,숏 여부를 알려줘야 하는데 부담스럽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공매도 리스트를 공개하면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5억원 이상으로 제한된 개인투자자의 요건은 당장 완화하기 보다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개인공모펀드까지 (진입장벽을) 열기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장벽을 낮췄을 때 개인이 과하게 몰린다면 일시적으로 펀드 자금을 받지 않는 방법 등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남 박사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기관투자자들을 더 끌어모으고 시장이 일단 큰 다음에 나중에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 말쯤 한국형 헤지펀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진입장벽 완화 정도와 방법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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