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유족 "장례중 악플보고 경악"



<손녀 서미영 씨>
-喪중에도 인터넷 악플 달려..분노
-명예훼손 고발의사 밝혀도 안 그쳐
-강직했던 할머니 소망 '진실한 사과’

<정대협 윤미향 대표>
-예전부터 악플..고발해도 속수무책
-악플러는 일반인들 "심심해 그랬다"
-사회적 약자 목표삼아 화풀이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故 이용녀 할머니 손녀, 서미영씨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8.15 광복절 아침. 우리가 꼭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요. 이 사안 역시 그렇습니다. 지난 11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녀 할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일본의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그것만으로도 서러운데, 더 침통하고 서러운 일은 고 이용녀 할머님 별세 기사 밑으로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악성댓글들이 줄줄이 달렸다는 사실입니다. 참다못한 유족들은 이 악플러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는데요. 유족의 심경, 유족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죠. 고 이용녀 할머님의 손녀세요. 서미영 씨가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발인식을 그제 마치셨죠? 좀 쉬셨어요?

◆ 서미영> 네. 괜찮아요.

◇ 김현정> 우선 장례 치르고 몸도 마음도 성치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찰서를 다녀오셨다면서요?

◆ 서미영> 네. 어저께 바로 갔다 왔어요.

◇ 김현정> 어떻게 된 일입니까?

◆ 서미영> (한숨) 상 중에 저희 조카가 인터넷 댓글을 보고, 악플이 달린 걸 보고 저희 가족들한테 다 보여줬어요. 방송국하고 기자들하고 다 와서 복잡한 상황이었는데, 실시간으로 기사를 올리니까 거기에서 바로 악성댓글이 막 올라오더라고요.

◇ 김현정> 대체 어떤 정도의 악성 댓글이 달릴 수 있나요?

◆ 서미영> 제가 제일 기억나는 건 처음에는 ‘고생하셨습니다.’ 하기에 뭔가 했어요. 그랬더니 ‘대일본제국을 위해 성스러운 일을 하셨다. 당신은 챔피언이다.’ 이러더라고요. 이건 비꼬는 거잖아요. 또 하나는 ‘냄비 X들 골로 갔네.’, ‘잘 죽었어. 축하축하.’, 그리고 ‘창X’ 무슨 말인지 아시죠? 창X라는 건. 이런 글들이 수십 개, 30개 이상 들어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걸 연합뉴스에다 올렸어요. 그랬더니 또 거기에다가 댓글을 ‘유족아, 무슨 고발이냐. 그냥 있어라.’ 이러고. ‘87세는 오래도 살았는데 뭘.’ 이렇게 말을 돌려서 올리더라고요.

◇ 김현정>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그 뉴스 밑에 또 악플이 달렸군요. 유족을 비난하는 악플이...

◆ 서미영> 네. 그래서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제가... (한숨)

◇ 김현정> 슬픔 중에 분노까지 든 상황. 어떤 마음이셨습니까?

◆ 서미영> 사람은 말 한마디에 죽고 살고 그렇잖아요. 거기다가 이런 악플을 다니까 뭐라고 할까요? 개념, 지식 그런 건 다 필요 없고, 사람도 아니고. 또 인간이라 볼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거죠. 아무리 그래도 돌아가신 분한테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자기 부모가 돌아갔을 때도 그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과연? 믿을 수가 없는 정도예요, 진짜. (한숨)

이용녀 할머니 빈소 (자료사진 / 윤성호 기자)
◇ 김현정> 사실은 화를 내는 것과 법적인 소송에 들어가는 건 다른 차원인데, 소송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겠다 라고 결심하신 거군요?

◆ 서미영> 네. 다른 차원이죠. 그런데 저뿐만이 아니고 지금까지 악플들이 많다 보니까 왕따들도 생기고, 이런저런 일들이 마구 생겨서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이러다 보니까 이 악플 자체를 없애고 싶은 거예요, 저희 마음은. 사람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건 있지만 정도가 있어야죠, 어느 정도가. 그래서 이건 안 되겠다 해서 제가 마음을 먹었어요.

◇ 김현정> 이 악플러들이 누군지는 지금 전혀 드러나지 않은 건가요?

◆ 서미영> 드러나지는 않고요. 제가 이것저것 악플을 다 뒤져봤어요. 경찰서 다녀와서 다 뒤져봤는데 닉네임하고, 뒤에 XX 나오잖아요.

◇ 김현정> IP 주소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 서미영> 네. 그 닉네임들 IP를 다 적어놨어요. 그래가지고 진정서를 냈거든요, 제가.

◇ 김현정> 경찰이 조사 하면 정확하게 누군지 드러나겠죠?

◆ 서미영> 그렇죠. 드러나겠죠.

◇ 김현정> 서미영 씨. 고인이 되신 이용녀 할머님은 어떤 분으로 기억하세요?

◆ 서미영> 우리 할머니는 평소에 성격이 아주 강직하고 주관이 뚜렷했어요. 자기가 상대편의 피해를 받게 하는 것도 싫어하고, 또 피해를 주는 것도 싫어하는 분이에요. 그래서 제가 오죽하면 이 사실을 알고 할머니한테 ‘이거 하지 마시라. 나라에서도, 정부에서도 해 주지 않는데...’

◇ 김현정> 위안부 권리찾기 운동 하지 마시라, 이렇게 말씀하셨군요?

◆ 서미영> 네. 처음에는 저희 가족들이 우려했어요. 처음에는 나라에서도 잘 알지 못하고 준비가 된 상태도 아니고 딱 초기잖아요. 초기 때 제가 그랬어요. ‘할머니, 할머니가 해 봤자 이거 아니다. 바위 치기다. 그러니까 그냥 하지 말고 몸관리나 잘하시고 건강이나 유의하세요. 정부에서도 가만히 있는데 왜 할머니 혼자...’ 그랬죠. 할머니가 가만히 있더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들은 참견하지 말아라.’ 이러더라고요. 그러더니 계속하시는 거예요. 우리는 신경도 안 쓰는데, 계속 하시고 일본도 갔다 오시고. 그러더니 점점 이게 미래가 보이는 거예요, 저희도.

◇ 김현정>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보였군요?

◆ 서미영> 네. 그래서 역시 할머니는 당신이 생각한 것에 강직한 주관이 뚜렷하시구나. 몸이 편찮으신데도 그렇게 움직이시더라고요. 지금은 결과가 많이 좋아졌잖아요. 어느 정도까지는 왔잖아요. 그래서 제가 할머니한테 그런 말을 했던 게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하고, 좀 그런 마음이 생기네요.

◇ 김현정> 강직한 분이었던 거 저도 기억을 합니다. 할머님이 유언을 혹시 남기셨나요, 가족들에게 마지막 말씀?

◆ 서미영> 저희가 임종을 못 뵀어요. 갑자기 병원에서 주무시다가 돌아가셔서 임종은 못 뵀는데. 항상 저에게 하신 말씀이 ‘너희들은 모른다. 너희들은 역사 공부 좀 해라.’ 이렇게 얘기를 하시기에 제가 무슨 소리냐 그랬어요. ‘일본의 조상이 한 짓을 그 자식까지도 알면서도 왜곡하고 거짓을 요구 하고 있다.’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화가 나시는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가 ‘내가 딱 한마디, 그냥 다른 것 필요 없다. 너희가 인정하고 사과 한마디 하면 나는 그걸로 됐다. 그러면 마음 편히 저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결국은 사과를 못 듣고 지금 가신 게 참 마음이 아픕니다.

◆ 서미영> 네. 사과를 못 듣고 가신 거예요.

◇ 김현정> 그런데 그 밑에 무슨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니, 이건 참...

◆ 서미영> 그러니까요. 처음에는 ‘저도 화가 납니다, 어떻게 합니까? 명복을 빕니다. 안타깝군요.’ 이렇게 많이 들어오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게 중간에 딱딱 뜨는 거예요.

◇ 김현정> 서미영 씨, 그 분노가 느껴지는데요. 이 사람들을 꼭 찾아서 정말 정당한 법의 처벌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고맙습니다.


고 이용녀 할머님의 손녀세요. 서미영 씨를 먼저 만나봤습니다. 위안부 할머님들 생각하면 떠오르는 분이 한 분 있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까지 연결을 해보겠습니다.

정대협 윤미향 대표 (자료사진)
◇ 김현정> 할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도 이런 악성댓글들이 있었습니까?

◆ 윤미향> 네. 사실 저희는요, 뉴스가 나거나 하면 밑에 댓글들을 잘 안 봐요.

◇ 김현정> 왜요?

◆ 윤미향> 위로하고 지지하고 이러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게 어떻게 한국의 인터넷상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그러한 댓글들이 참 많습니다.

◇ 김현정> 비단 이번 별세 기사 밑에 달린 댓글 말고도, 위안부 관련된 뉴스에 악성댓글들이 전에도 달렸어요?


◆ 윤미향> 네. 저희가 그동안 사실은 언론에 일일이 다 알리거나 고소를 하지 못했고요. 사이버수사대에 요청을 하거나 인터넷 네티즌들이 저희들에게 계속 모니터링을 해서 알려주세요. ‘여기에 가면 이런 댓글들이 있습니다. 이런 게시글이 있습니다.’ 라고 해서 고소를 하기도 하고 수사를 요청하기도 하고, 이건 심각하다. 그런데 그런 걸 할 때마다 느끼는 게 어떤 개인들의 행동, 그것이 맞물려져서 거대하게 뭔가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그러한 절망감이 들 때가 굉장히 많았죠.

◇ 김현정> 시스템화 돼서 돌아간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윤미향> 한 사람을 고소하고 나면 그 밑에 또 다른 글들이 계속 올라오는 거죠. 분명히 법적으로 ‘저희들이 고소했습니다’ 라고 하는 글들을 올리잖아요. 그런데도 마치 순서를 기다리고 있듯이 계속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용녀 할머니 댓글도 마찬가지로 그동안에 계속돼 왔던 문화라 그럴까요? 이 시스템은 정치시스템 이런 게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혀졌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 김현정> 그 악플러들을 신고해서 잡아보신 적도 있을 거 아니에요. 우리나라 사람 맞아요?

◆ 윤미향> 우리나라 사람 맞아요. 그냥 상식적인 회사원이기도 하고요. 또 유학생이기도 하고요. (한숨) 한 분은 정말 기가 막혔는데, ‘왜 그랬느냐’ 했더니 저희들한테 편지를 보내면서 ‘죄송하다. 그냥 심심해서’ 그랬대요.

◇ 김현정> 심심해서?

◆ 윤미향> 네. 그러니까 뭐라 그럴까요. 그동안 한국사회가 인터넷, 텔레비전 매체 이런 게 굉장히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뭔가 또 한국사회가 경쟁 경쟁, 앞으로만 앞으로만, 나 개인 중심으로 이렇게 치닫게 되면서 누군가를 눌러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이 위로받고 앞으로 나가고. 이런 뭔가가 있지 않나.

◇ 김현정> 아니, 해소를 할 데가 따로 있지, 어떻게 이런 기사 밑에...

◆ 윤미향> 네. 가장 약자를 고르고 고르다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까지 오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너무나 드는 거예요. 일본 우익들이 하는 망언들, 예를 들면 ‘너희들이 스스로 했다.’ 정말 할머님들한테 얘기할 수도 없는데, ‘창녀였지 않느냐.’, ‘매춘부들이 지금 국가를 상대로 해서 뭘 요구한다고?’ 이런 말들이 있는 거예요.

◇ 김현정> 그 얘기를 혹시 할머니들도 전해 들으신 적이 있어요?

◆ 윤미향> 이 고소는 저희들이 할 수 없어요. 저희 정대협이, 저 윤미향이 할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당사자들이 하셔야 되는군요?

◆ 윤미향> 네. 당사자들이 해야 되는 건데. 저희가 할머니들한테 그렇게 구체적으로 얘기는 못하죠. ‘인터넷에서 이런 이런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할머니 이름으로 해야 되는데 하시겠습니까?’ 라고 하면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그러면 저희들이 대행을 해서 하기도 하고요. 그런 활동을 해 오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저는 들으면서 일본에게 사과해라, 사과해라만 요구할 게 아니라 우리는 지금 뭘 하고 있는가. 역사교육은 제대로 시키고 있는 건가. 우리 내부부터 돌아봐야겠다는 생각, 정신이 번쩍 듭니다.

◆ 윤미향>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런 광복절 날에만, 그것도 말로만 우리가 인사치레처럼 그분들을 위해 왔던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되면서 이용녀 할머님 장례 치르느라 윤 대표님도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요. 기운 내시고요. 어떤 사람들인지 이번에 제대로 적발을 해서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해야겠습니다.

◆ 윤미향> 네. 그러겠습니다.

◇ 김현정>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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