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열린 제4차 한국중학생물리대회에 응시한 중학교 2학년 A군은 답안지가 예전 대회와 다르다는 걸 뒤늦게깨달았다.
작년까지는 틀린 문제만큼 점수를 깎는 '오답 감점제'가 적용돼, 모르는 문제는 차라리 비워두는 게 유리했다. 하지만 이번 시험 답안지에는 감점 제도에 대한 공지사항이 슬그머니 사라진 것.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A군은 1교시가 끝난 뒤 쉬는 시간에야 감점 제도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감독관도 아닌, 친구에게 뒤늦게 들었다.
놀란 A군은 대회가 끝난 뒤 주최 측인 한국물리학회 홈페이지를 찾아봤지만 공지사항엔 감점제를 유지한다고 버젓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고 며칠 뒤 감점제도에 대한 공지사항은 홈페이지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버렸다.
대회를 주관한 한국물리학회 측은 학생 모집을 맡은 대행사에 관련 정보를 전달하던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또 시험 감독관에게 감점제 폐지 사실을 공지하라고 지시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회 관계자는 "수천 명의 학생들 중 일부가 못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분명히 감독관을 통해 공지했는데 듣지 못했다면 별 수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또 "답안을 비워둔 학생들의 답안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수상 내역 결과에는 차이가 없다"며 "일부 학부모들만 항의할 뿐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응시 학생과 학부모들은 감독관이 감점제 폐지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학부모 이모 씨는 "시험 1교시에 감점제에 대한 공지를 들은 교실은 운이 좋았지만, 쉬는 시간에 친구를 통해 듣거나 시험이 다 끝나고 들은 교실도 많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만약 감점제가 없어진 사실을 알았더라면 심리적 불안감이 덜했을 뿐 아니라, 객관식의 경우 모르는 문제를 찍어서라도 답안을 채웠을 테니 결과는 분명 달라졌을 거란 얘기다.
항의가 빗발치자 학회 측은 당초 16일로 예정됐던 결과 발표를 갑자기 지난 13일로 앞당기는가 하면, 평소와 달리 성적을 공개하지 않고 수상 내역만 발표해 의혹을 한층 부채질했다.
설상가상으로 대부분 대학교수로 이뤄진 해당 학회 이사들은 방학 기간이라 자리를 비워서, 사과를 받기는커녕 항의할 곳조차 변변치 않은 형편이다.
과학에 대한 흥미를 안겨줘야 할 대회가 오히려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학생들에게 상처만 남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