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홍명보호는 또 다시 지독한 골 결정력 부재에 시달리며 무득점 축구를 펼쳤다. 홍명보의 아이들도, 3만6,021명의 관중들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아쉬운 승부였다.
대표팀은 14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페루와의 친선경기에서 90분동안 지루한 공방을 벌인 끝에 득점없이 비겼다.
한국은 김동섭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앞세우고 그 뒤에 이근호, 윤일록, 조찬호 등을 배치해 골 사냥에 나섰다.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 경기 시작 10분만에 네 차례 슈팅을 날리며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끝내 골이 터지지 않았다.
후반 13분 조찬호가 문전에서 수비수를 제친 뒤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이 골키퍼의 몸에 막혔다. 4분 뒤에는 이근호가 고개를 숙였다. 우측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문전으로 쇄도한 이근호의 발에 걸렸으나 공은 골키퍼의 왼손을 맞고 골대 밖으로 튀어나가고 말았다.
0-0 무승부. 이로써 홍명보는 지난 달에 막을 내린 동아시안컵 대회 3경기를 포함해 출범 후 4경기에서 1골에 그치는 득점력 빈곤에 시달렸다.
후반 막판에는 수비 집중력이 흔들리면서 수차례 결정적인 위기를 간신히 넘기기도 했다.
페루는 원정의 피로함 탓인지 FIFA 랭킹(22위)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페루를 맞아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국내파 위주로 선수들을 선발, 실험 성격이 강한 경기였지만 돌아가는 팬들의 발걸음은 아쉬움으로 가득 했다.
홍명보호는 출범 후 첫 승의 기회를 또 다음으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