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보면 대기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증세효과는 1조 2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돼 있다.
설비투자세액공제 축소 등 몇 가지 세금혜택을 축소해서다.
하지만 대기업에게서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 여력은 이 보다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이번 세제개편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게 여전히 제공되는 핵심적인 비과세 감면 혜택은 연구인력개발세액 공제와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를 들 수 있다.
연구인력개발세액 공제로 국내 기업들은 올해 2조 7천억원의 세금을 감면 받았다. 이 가운데 60%인 1조 6천억원이 대기업 몫이었다.
하지만 이 세액공제의 취지는 좋지만 굳이 대기업에게까지 그 혜택을 줘야 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과 달리 R&D를 그들의 필요에 따라 수행하기 때문에 굳이 장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특히 그 같은 세액공제가 대기업에게 절박하게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만약 이 같은 세금감면을 중소기업에게만 한정한다면 연간 1조 6천억원의 세수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도 올해 1조 7천억원의 세금감면 효과액 가운데 80%가 대기업 몫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대기업의 고용유지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중소기업은 모를까 대기업은 고용한 노동력 덕분에 막대한 이윤도 얻고 있는데 고용유지를 한 것에 대해 굳이 상을 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를 정비한다면 1조 3천억원 정도의 국세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대기업은 일반 납세자 보다 조금 더 조세책임을 수행할 여력이 있다. 기업은 사회 양극화의 한쪽 끝에 위치하면서 사회적 부를 독과점하고 있다”며 “이번에 소득세에 대해서는 비과세부분을 정비했으면서도 법인세 부분의 비과세는 왜 건드리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는 것 외에도 근본적으로는 법인세율을 인상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인세는 개인이 아닌 법인의 소득세, 즉 법인의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부과되는 조세로 부가가치세, 개인소득세와 함께 전체 국세 세입의 2/3를 차지하는 3대 국세 가운데 하나다.
2012년 법인세 징수액은 총 45조 9천억원으로 전체 국세 203조원 대비 22.6%를 차지해 부가가치세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다.
야권은 이 법인세의 징수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가지 세액공제를 제외하고 기업이 반드시 내야하는 최저한세율을 현행 16%에서 18%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대기업 법인세의 최저한세율을 현행 16%에서 18%로 인상하면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공제율을 인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시 5년간 3조 2200억원의 세수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기획재정부 김낙회 세제실장은 이날 '이번 세제개편에서 법인세 인하 부분에 대해 논의가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도 이날 CBS시사자키에 출연해 "법인세는 늘려야할 대상이 아니라 감면해야 할 대상"이라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를 반대하는 핵심 논리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 법인세 세수는 2010년 기준으로 GDP의 3.5%로 OECD평균 2.9%보다 더 높아 이미 징수할 만큼 징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들의 이윤비중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한 통계상의 허상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야당은 이명박 정권에서 법인세를 대폭 축소한 만큼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법인세율이 1990년대 초 30%대에서 2011년에 22%로 인하되었고, 2008년 감세정책 이후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2011년 기준 16%대로 낮아졌다“며 “이익을 많이 남기는 초대형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인상을 여당이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