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찬 때 두 가지 배웠다"

청와대에 '영수회담 요구' 수용 우회 촉구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자료사진)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13일 오전 트위터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여야 대치국면이 심화되던 상황에서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여당에 양보를 유도했다는 내용이다.

영수회담이냐 5자회담이냐 논란이 불거진 현 상황과 관련해 청와대의 대화 노력을 우회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쓴소리 성격도 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원내대표 때이던 2006년 4월 울산에서 당 행사 참석 뒤 저녁을 먹고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 대표, 내일 청와대 관저에서 조찬할 수 있어요?'라고 직접 전화를 했다"며 "당시는 사학법 개정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여야가 매일 싸우고 있을 때"라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당황했지만 일단 '그렇게 하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며 "밤늦게 차로 올라와서 광화문에서 목욕하고 바로 청와대 관저로 갔더니 김한길 당시 여당 원내대표가 먼저 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갑자기 아침 먹자고 해서 미안하다"면서 그를 반갑게 대한 뒤 셋이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여당에 '양보'를 제안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김 원내대표에게 "김 대표님 이번에는 이 대표 손 들어주시죠. 야당 원내대표 하기 힘드는데 좀 도와주시죠. 양보 좀 하시죠"라고 말했고, '순간 얼굴이 굳은' 김 원내대표가 "대통령님 당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당 분위기는 그게 아닙니다"라고 정색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나도 당 분위기 잘 압니다. 지금 당이 내 말 듣겠습니까? 내 뜻이 그렇다는 것입니다"라고 설득에 나섰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저는 당에 가서 보고해야 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뒤 자리를 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의원은 "나도 순간 당황했다. 김한길 대표가 분명 (회동의 성격을) 모르고 온 것 같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고 전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이 의원에게 '둘이서 청와대 구경이나 합시다'라며 관저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이 의원은 "한 시간 넘게 노 대통령의 안내를 받고 헤어지는데, (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님 또 만날 수 있을까요' (했다.)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고 회고했다.

이 의원은 "나는 그 날 두 가지를 배웠다"라며 "김한길 대표에게는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당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정국이 꼬여 여야가 싸울 때는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후 내가 원내대표를 그만둘 때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거나 비난하기가 인간적으로 어려웠다"며 "지금은 고인이 된 분과 있었던 이야기가 오늘따라 생각이 났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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