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4일 만에 백기투항…어떻게 바뀔까

중산층 기준 상향될 듯…공제율 상향, 세액공제 차등적용 등 검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세법개정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세법개정안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제공/노컷뉴스)
정부가 중산층의 반발을 불러온 세법개정안을 발표 나흘 만에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세부담이 늘어나는 중산층 기준이 상향조정되고 대신 고소득자의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결국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봉급생활자들의 거센 조세저항에 백기투항했다. 8일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입법예고에 들어간 지 불과 4일 만에 법안을 도로 거둬들인 것이다.

현 부총리는 12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린 데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법 전반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에서 재검토 발언’에 이어 현 부총리의 공식 발표에 따라 기존의 세법 개정안은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일단 이날 긴급 당정협의 등에서 논의된 대로, 기존에 총급여 3천450만원으로 설정된 세부담 증가 기준선은 상향조정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수준까지 기준점을 높여 세부담을 경감시킬지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 부총리는 "고소득자 탈루문제는 현재 세정상의 강화될 부분이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세제면에서 반영한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포함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해, 고소득층에게 더 걷겠다는 방향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최고세율 과표구간의 하향조정 등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명목상 ‘증세는 없다’는 원칙을 그대로 두면서, 중산층 세부담은 줄이고, 동시에 근로장려세제 등 복지재원을 충당해야 하는 복잡한 숙제가 기획재정부 앞에 놓인 셈이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은 5천만원 이하 소득자의 소득공제율을 높여주는 것과 세액공제율 차등적용 방안 등이다. 현 부총리는 질의응답을 통해 두가지 모두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는 “현재 세액공제율이 15%나 12%로 일률적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것을 소득구간별로 차등화를 해서 중산층의 공제율을 높이면 형평성 문제가 조금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과표구간 변경이나 세율 인상 등 명목적 증세 없이는 슈퍼 리치(초고소득자)에 대해 선별적으로 세수를 거두기가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민심 수습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세금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했다는 점에서, 이번 세법개정안 번복 사태는 뼈아픈 실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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