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실패' 악몽에 세법개정안 후퇴…여전한 당정청 엇박자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마련한 세제개편안이 거센 역풍끝에 불과 나흘을 견디지 못하고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박 대통령은 12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저소득층은 세금이 줄고 고소득층은 세 부담이 상당히 늘어나는 등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일"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봉급생활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던 이른바 '봉봉세'(봉급생활자들을 봉으로 보는 세법개정안)는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 여당은 이날 오후 당정협의를 갖고 대안 마련을 모색한 데 이어, 새누리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수정안을 보고받기로 하는 등 당정청이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 원점 재검토라는 단안을 내린 것은 반대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철회하는 새정부 초기 인사실패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판단 미스를 과감히 인정하고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겠다는 실용적 관점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세법개정안 파동을 통해 당정청이 따로 놓는 엇박자를 노정한 것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인사실패에 이어 두번째로 뼈아픈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직접적인 책임의 당사자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하는 창조경제의 사령탑으로 2%가 부족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신임을 표시하면서 힘이 실리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세법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등을 보이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세법개정안 발표 뒤 하루 만에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실명으로 세법개정안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오히려 성난 민심을 부채질한 모양새가 됐다.

"16만원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거위에서 털을 고통없이 뽑는 것처럼 하려는 것이 내년도 세재 개편안의 기조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더욱 흉흉해졌다.

조 수석은 이전에도 경제 운용과 관련해 '설화'를 일으킨 게 오버랩 되면서 청와대 안팎의 부정적인 평가들을 헤쳐나가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1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공직기강 확립 발언'이 이번과 같은 정권내에서의 엇박자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무원의 기강이 바로 서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먼저 청와대 직원들의 자세가 바로 서야 하고, 각 부처가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과거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서 보여졌던 타성적인 모습을 반복하는 공무원들의 모습과 이런 문제점들을 미연에 걸러내지 못하는 청와대 비서진들을 한꺼번에 비판하면서 박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에 철저히 복무할 것을 주문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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