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아웃' 권현상 "임권택 아들 꼬리표, 노이로제 걸렸었다"②

영화 '렛 미 아웃' 주역

배우 권현상(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배우 권현상(32)은 제법 알려진대로 한국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 임권택 감독의 아들이다.

2008년 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이후 아버지의 후광을 입기 싫어서 본명 임동준을 버리고 아버지의 이름 가운데 '권'자를 가져와 권현상이라는 예명을 지었다. 갑작스레 출연이 결정돼 데뷔 전에 이름을 바꿀 시간적 여유가 없었단다.

이후 그는 드라마 '공주의 남자' '더 킹 투하츠' 그리고 영화 '돈 크라이 마미' '타워'등에 출연했고 15일 한미 동시 개봉하는 저예산영화 '렛 미 아웃'(김창래, 소재영 감독)서 주연 자리를 꿰찼다.

화려하지 않은 행보지만 전부 오디션을 보고 따낸 배역으로 렛 미 아웃의 경우 첫 장편 주연에 미국 LA로 홍보를 하러 간다. 다음은 권현상과 나눈 일문일답.(①에 이어)

배우가 된 것은 아무래도 배우 엄마와 감독 아버지의 영향인가?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영화를 보다보니까 어느 순간 영화배우가 보이기 시작했고 서서히 그 마음이 커졌던 것 같다. 집에서는 (배우 되는 걸) 반대했다. "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것치고는 데뷔가 빠르지 않다.

"28살에 데뷔했는데, 제대하고 2년간 미국서 어학연수를 했다. 이후 좀 방황했다. 그러다 잠깐 사업을 했다. 27~28살에 연극을 시작했는데 그때 쇼핑몰에 손댔다. 하지만 병행해서는 이도저도 안될 것 같아서 연기에 집중했다."
 
데뷔작 '고사'서 단역 했는데, '고사2'에서는 조연으로 역할이 커졌더라.


"두 영화 모두 오디션 보고 따낸 것이다. 고사2는 원래 다른 배우가 내정돼있었는데 불발돼 급하게 본 것이었다. 그때 유선동 감독님이 나중에 케이블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시즌2'를 하게 됐고, 그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돈 크라이 마미의 여고생 성폭력 가해자 역할은 너무 악랄해서 꺼려지지 않았나.

"나쁜 놈이라서 하기 싫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오히려 해보고 싶었다. 당시 제가 또 가릴 입장도 아니었고.(웃음) 오디션은 요즘도 일상인데, 아직도 오디션 울렁증이 있다. "
 
 
배우 권현상(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아버지의 이름이 무거울듯하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은 어린 시절 유명 아버지의 아들이란 소리가 듣기 싫어 시골로 전학을 갔다더라.

"이름이 무겁다. 초등학생 때부터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으니까. 난 항상 누구 아들로 인식됐고, 소개됐다. 너무 스트레스였다. 사춘기에는 노이로제에 걸려서 내 앞에서 아버지 얘기하면 그 친구와 절교할 정도였다. 제가 먼저 임권택의 아들이라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연극영화과로 진학해서 대학시절에도 따가운 시선을 받았겠다.

"'빽으로 들어 왔구나' 그런 시선이 있었다. 심지어 군대서도 그런 오해를 받았다. 이름을 바꾼 이유다."
 
이름을 바꾼 효과는 있었나?

"한동안은 얘기안하면 아무도 몰랐다. 솔직히 자리 잡기 전까지는 알려지길 바라지 않았다. 누구 아버지가 누구더라고 알려지는 게 목표였었다."
 
이번 영화에 이명세 감독이 특별출연했다.

"처음 인사했다. 솔직히 아버지를 통해 알고 지내는 영화인은 거의 없다. 안성기 선생님이나 강수연 누나, 박중훈 선배도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지 따로 연락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다."
 
아버지의 100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 어머니, 형과 함께 깜짝 출연했다.

"원래는 출연을 안 할 생각이었다. 어머니께 이름까지 바꿨는데, 이렇게 출연해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머니가 이해해주셨는데, 형에게 설득 당했다. 형이 아버지가 또 언제 영화할지 모르는데, 큰 역할도 아니고 단역인데 네가 아버지 영화에 출연하면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해서 마음을 바꿨다."
 
배우로서 아버지 앞에서 연기하는 기분이 어땠나?

"너무 떨렸다. 현장에서 엄청 떨었다. 정말 부담스러웠다."
 
아직까지 아버지께 출연작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했는데 아버지가 따로 모니터도 안하시나.

"아버지뿐만 아니라 제가 출연한 영화을 보라고 지인을 초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전설의 주먹'은 감독님이 VIP시사회에 부모님을 초대해 아마도 보셨을 것이다. 어머니는 드라마는 즐겨보니까 가볍게 ‘부어 보인다’ 등 농담을 던지신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 '타짜'의 김윤석, '범죄와의 전쟁'의 최민식, '부당거래'의 류승범 등 정말 멋져서 돌려보고 돌려봤다. 그러면서 저 배우의 차기작이 궁금하다고 생각했다. 저도 관객들로 하여금 차기작이 궁금한 배우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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