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예보 비판 쓴소리 달게 받아야죠"

[Interview] 기상청 예보국 예보관 박정민

기상청 예보국 예보기술분석과 위험기상대응팀 박정민 예보관이 8일 오후 서울 신대방2동에 위치한 기상청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명진 기자)
전국에서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지난 8일, 인터뷰를 위해 찾은 기상청 역시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폭염 문의 전화가 폭주하면서 언론을 담당하는 대변인실에는 쏟아지는 문의 전화에 대응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실내 온도는 2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예정 인터뷰 시간 한참을 지나서야 박정민 예보관(40)이 "늦어져서 죄송하다"며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박 예보관은 기상청 예보국 예보기술분석과 위험기상대응팀에서 기상 예보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박 예보관은 "폭염으로 6곳의 방송국 인터뷰와 언론사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며 땀을 닦았다. 여름이 되면 유독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을 받는 곳이 기상청이다.

올해에는 긴 장마, 남부와 중부로 나뉜 반쪽 장마에 국지적 폭우와 폭염 등 예상치 못한 다양한 기상 현상이 더해지면서 기상청에 대한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20년간 예보관으로 줄곳 한 길 만을 걸어온 박 예보관은 "기상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예측은 여전히 힘들다"며"시민들의 비판은 기상에 관한 일을 하는 우리가 짊어져야 할 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상 이렇게 바쁜가?

"오늘은 폭염 때문에 유난히 더 바빴다. 여름이 되면 기상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나. 올해는 장마기간이 긴데다가, 기상이 남부와 중부가 극명하게 갈리는 등 기상에 대한 다양한 이슈가 많은 해여서 더욱 그런 것같다."

-예보기술분석과 위험기상대응팀은 어떤 일을 담당하는가?

"기상청에는 모든 특보와 예보를 담당하는 총괄예보관실이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총괄예보관실로 충분하지만, 보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할 때가 있다. 위험기상이 닥쳐올 때나 강한 호우나 태풍 등 예상치 못한 현상이 벌어질 때 위험기상대응팀은 총괄예보관실과 함께 움직인다. 경주용 자동차로 예를 든다면 총괄예보관실의 예보관은 운전자, 위험기상대응팀은 지원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운전자가 계속 시합을 뛰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거나 보다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경우 우리팀이 함께 하는 것이다. 위험기상 대응팀은 예보를 일반 시민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는데, 예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야 하는 만큼 예보의 기본을 알아야 하는 곳이다. 예보에 정통 하신 분들이 많다."


-위험 기상 대응팀에서는 오래 몸 담았나.

"이 팀으로 온지는 두달 정도 돼간다. 그 전에는 총괄예보관실에서 12여 년간 근무했고, 기상청에 들어오기 전에는 8년간 공군기상전대에서 예보관 생활을 했다."

-우리나라 기상 예측 수준은.

"예보 정확도는 선진국 수준이다. 관측된 자료들의 해상도와 정밀도가 높고, 분석 자료들의 양도 풍부해졌다. 또 예보관 교육량도 많아졌다. 지금은 '동네 예보'라고 각 동 마다 3시간 단위로 세세한 날씨 정보가 업그레이드 된다. 예전에는 '서울, 비 또는 눈 온 후 오후에 갬' 수준의 한 줄 예보였다. 세밀한 만큼 틀릴 수 있는 위험도 커지지만, 매를 맞더라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한 줄 예보와 동네 시간 예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만큼 수요자의 기대감이 기상 예측 발전 속도에 비해 급격히 높아졌다. 국민들의 채찍질 덕분에 이 만큼 발전한 것 같고,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된다."

-관측 장비 수준은 어떤가.

"기반 시설들이 잘 구축돼 있다. 다수의 자동 기상 관측 장비와 기상 레이더, 천리안 위성 등 우리나라의 기상 관측 환경은 매우 좋다. 또 슈퍼컴퓨터의 발달로 분석이 많아지고 세밀화되고 있다. 슈퍼컴퓨터에서 운용되고 있는 날씨 예측 분석 프로그램인 수치 예보 모델 역시 선진국 이상으로 올라와 있다. 모델의 수치나 능력은 상위권 수준이다. 현재 사용중인 수치 예보 모델은 영국의 수치를 도입해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개선해 사용 중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국내 보유 슈퍼컴퓨터의 순위가 대폭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3년 전에 슈퍼 컴퓨터 3호기를 들여왔다. 항상 슈퍼컴퓨터는 계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성능이 좋은 최상위권 제품을 선택하는데, 도입 테스트와 안정화 단계를 거쳐 작동을 하는 시점이 되면 전세계 톱 500 슈퍼컴퓨터 속도 순위에서 20~30위까지 순위가 뚝 떨어진다. 구입한 후 보통 5년이 지나면 순위 안에서 사라진다. 워낙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올해 기상 예측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기상 일을 하면서 우리가 짊어져야 할 업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20여 년간 예보 분야에 종사해왔지만, 기상은 항상 어렵다. 기상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100년, 아니 200년이 지나도 100% 맞출 수 없다. 단지 그 간극을 계속해서 줄여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 노력하지만 만족할 만한 개선이 눈에 띄게 보여지지 않는 것 역시 기상이다."

-힘들었던 점은.

"수요자 층이 너무나도 다양하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오기전 공군기상전대에서 예보관으로 일했을 당시 수요자는 공군으로 한정돼 있었다. 조종사와 기상 예보관은 얼굴을 마주보고 오늘, 내일, 그리고 주간날씨에 대해 예보를 하고 브리핑을 한다. 기상 예측에 대해 틀리면 (조종사들이) 직접 와서 따지기도 하는데, 시간대와 지역에 따라 틀릴 수 밖에 없었던 기상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면 고개를 끄덕인다. 기상청에서는 수요자층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전문화된 예보를 어떻게 재가공해서 수요자들에게 전달해주냐의 문제와 직면했다. 입사 초기에는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우산 파는 상인, 포장 마차를 운영하는 상인이 비 예보에 따라 받아들이는 반응에는 차이가 나지 않나. 전국민 서비스이기 때문에 불만이 제각기 다르다."

-밤샘작업도 많다는데.

"총괄예보관실은 4개 근무조가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는 곳이다. 총괄예보관실에 근무했을 당시 저녁 8시부터 오전 8시 브리핑까지 12시간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1년에 90일이라 치면, 20여년 간의 예보관 시절 동안 2000일 정도 밤을 지샌 셈이다. 날씨가 좋든 나쁘든, 절대 모니터를 눈앞에 두고 눈을 감아서는 안된다. 기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위험기상대응팀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밤샘 근무는 거의 없다."

-올해 유난히 기상변화가 다양했다. 장마가 끝났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현상은 왜 그런가.

"20여 년간 일을 하면서 20차례의 계절을 겪었다. 20번의 봄 날씨는 매해가 다르다. 날씨의 변동이 왜 이렇게 심하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날씨는 변하는게 맞다. 비슷한 사이클에서 움직이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모두 다 다르다. 그런데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고, 지역적인 차이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올해 무더위는 언제까지 지속되나.

"이번 여름 북태평양 고기압이 8월 중순까지 평년보다 강하게 이어져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예보관이란 직업에 대해 말한다면?

"사람 생명에 대한 무서움이 없으면 예보관을 할 수 없다고들 선배들은 말한다. 예보는 생명과 관련된 일이다. 잘못된 예보는 많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가 잘하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책임감과 사명을 갖고 있다. 우리는 밑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시민들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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