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한국 남자농구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한국은 11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 선수권 대회 3,4위전에서 대만을 75-57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 남자농구는 이번 대회에서 상위 3개국에게 주어지는 2014 스페인 농구 월드컵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됐다. 올림픽과 함께 세계 양대 농구 대회인 세계선수권은 내년부터 농구 월드컵으로 명칭을 바꾼다.
한국은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세계 무대와 멀어졌다. 올림픽 출전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가 마지막이다.
의외로 싱거운 승부였다. 경기 초반부터 맹공을 펼친 한국은 50-29로 크게 앞선 채 전반전을 마쳤다. 슈터들을 위한 잔치였다. 조성민과 김민구는 2쿼터까지 3점슛 6개를 터뜨리며 24점을 합작했다.
지난 10일 필리핀과의 준결승전에서 27점을 기록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민구는 이날도 매서운 슛 감각을 자랑했다. 2쿼터 시작과 함께 교체 멤버로 출전해 3점슛 5개를 포함, 21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희대 4학년 가드인 김민구는 성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첫 출전한 대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차세대 해결사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 맞대결은 연습경기에 불과했다. 한국는 약 한달 전 대만에서 열린 2013 윌리엄존스컵 대회에서 홈팀 대만에 60-73으로 완패했다. 승패의 의미가 크지 않은 경기였다. 오히려 상대 전력을 파악하고 대표팀 스스로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농구 월드컵 티켓을 놓고 벌이는 최후의 단판승부에서 또 한번의 패배는 없었다. 스페인으로 가겠다는 태극전사들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우승을 차지한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을 중심으로 이상범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 이훈재 상무 감독이 코칭스태프를 이뤄 세계 무대 복귀라는 목표를 이뤘다.
그들은 소속팀 업무를 잠시 뒤로 미룬 채 대표팀에 전념했다.. 1년 농사를 좌우하는 외국인선수 선발도 소속팀 코치들에게 맡겼다. 국가대표를 위한 희생의 열매는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