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각성한 韓 농구, 韓을 배운 대만

16년만의 세계 무대 진출 놓고 亞선수권 3,4위전 한판 승부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사진/아시아선수권 공동취재단)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고 있는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 중국과 대만의 8강전을 지켜본 한 대표팀 관계자는 "대만이 우리가 중국을 상대로 했던 수비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며 웃었다.

한국은 대회 첫날 접전 끝에 중국을 눌렀다. 대만은 토너먼트 경기에서 중국에 무려 18점차 대승을 거뒀다. 실제로 대만 코칭스태프가 한중전을 참고해 전술을 짰다면 벤치마킹의 좋은 예라 부를만 하다.

대만이 그만큼 한국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는 이야기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만에 대해 잘 알고있다. 지난 7월초 대만에서 열린 2013 윌리엄존스컵 대회에서 한국은 개최국 대만에 60-73으로 완패했다. 패배를 통해 대만의 전력이 급성장했음을 파악했다.


비록 졌지만 한국은 대만에 퀸시 데이비스라는 특급 귀화선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한국은 데이비스에게 무려 26점, 17리바운드를 내주고 무너졌다.

대표팀은 대만전을 통해 강한 충격을 받았다. 높이의 한계를 실감했고 이는 각성의 계기가 됐다. 이후 골밑을 강화하기 위해 1-3-1 지역방어 연습을 시작했고 필리핀에 들어와서는 스위치 맨투맨 수비를 집중 연습하는 등 대비에 들어갔다.

한국은 지난 10일 필리핀과의 준결승전에서 79-86으로 분패했다. 16년만에 세계선수권 진출을 달성할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11일 오후 대만과의 3,4위전에서 승리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마지막 기회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은 필리핀전 패배 이후 쉽게 잠을 청하지 못했다. 서로 "내가 조금 더 잘했어야 했다"며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유재학 감독은 "빨리 잊어버리고 대만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준결승전에서 패했지만 선수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승준은 지난 윌리엄존스컵에서 대만에게 당한 패배에 대해 "솔직히 연습경기였다.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선수들의 의지 자체가 다르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대표팀은 대회 초반부터 언젠가 대만과의 승부가 펼쳐질 것을 염두에 두고 대비했다. 유재학 감독은 "데이비스가 들어와 외곽이 살아났다. 한명이 팀 전체를 바꿨다"며 데이비스가 팀 전력의 50% 정도를 차지한다며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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