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4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민주당 대표에 오른 김한길 대표에게는 총선과 대선 연패로 위기에 빠진 당을 수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김 대표는 당선 직후 안으로는 “고강도 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며 ”가장 욕을 많이 먹는 당대표가 되더라도 저는 두려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밖으로는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초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나 정부여당이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면 무서운 민주당,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 폐쇄 계획과 중앙당 축소, 전 당원투표를 통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관철했다.
을지로위원회를 가동해 남양유업 상생협약을 이끌어 내는 등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민생정당의 면모를 부각하는데도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 “오직 민주당이라고 쓰인 명찰을 다 같이 달고 하나로 힘을 모아 혁신에 매진하겠다”며 “무엇보다 계파주의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약속 실현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무엇보다 국정원 국정조사 국면에서 새누리당이 제기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을 제때에 통제하지 못한 점은 당 내 소수파인 김 대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참여정부 인사들이 NLL논란에 적극 반박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표로서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문 의원의 주장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려 했으나 대화록 실종과 검찰 수사라는 예상치 못한 결론으로 이어지면서 김 대표를 당혹스럽게 하는 일도 벌어졌다.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 채택 과정에서 국정조사특위 위원들과 지도부 사이에 불거졌던 불협화음도 김 대표의 위상에 적지 않은 상처를 냈다.
지도부도 모르는 사이에 특위위원들의 강경론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공개되면서 일부 의원들은 김 대표에게 “식물지도부”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장외투쟁 11일째를 맞는 김한길 대표는 기로에 서 있다. 국정원 정치 개입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 김 대표의 요구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게다가 얽힌 정국을 풀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돌아온 답은 여야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회담으로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었다.
장외투쟁을 통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양보를 얻어낸다면 김 대표의 지도력이 재평가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의 공세는 물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독자적인 세력화도 막아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천막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임 100일을 맞는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