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9일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 8강전에서 카타르에 79-52 대승을 거둔 뒤 "사실 오늘이 가장 큰 고비라고 생각했다. 공격보다 수비에 대해 주문을 많이 했는데 선수들이 준비한 수비를 지혜롭게 잘 수행해줬다. 정말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부처는 2쿼터 중반이었다. 1쿼터 한때 13점차로 앞서가던 한국은 4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때 유재학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이란전에서 효과를 봤던 1-3-1 지역방어를 꺼내들어 카타르의 공격을 꽁꽁 묶었다. 그 사이 점수차를 다시 두자릿수로 벌려 승기를 잡았다.
유재학 감독은 "지역방어로 분위기를 전환한 것이 컸다. 그 타이밍이 잘 맞았다. 상대가 당황해서 실수를 많이 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한국은 10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개최국 필리핀과 4강전을 치른다.
4강전에서 승리하면 자동으로 내년 스페인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 대회 진출 티켓을 따게된다.
상대 전력을 떠나 필리핀의 홈 어드밴티지가 부담스럽다. 필리핀 경기가 열리는 날에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 2만명에 가까운 관중이 모여들어 상상을 초월할만큼 열광적인 응원을 펼친다.
이에 대해 유재학 감독은 "관중에 대한 압박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윌리엄존스컵 때 대만에서 똑같이 느꼈다. 관중들이 난리를 치니까 우리 선수들이 압박감에 자기 플레이를 못하더라"고 말했다.
전력 싸움을 둘째 문제다. 먼저 스스로를 이겨내야 한다는 게 유재학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얼마나 마인드콘트롤을 잘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상황을 연습해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필리핀의 전력에 대한 질문에 유재학 감독은 "12명이 다 잘한다. 기본적으로 농구를 잘한다. 특히 귀화선스 마르커스 다우잇의 역할이 크다. 중국이 대만에게 진 것도 퀸시 데이비스에서 나오는 파급 효과 때문이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