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9일 북한이 회담제안과 함께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문에 대해 "남측에 개성공단 사태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던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그간 회담에서 '남측이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달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가, 7일 7차 회담을 제의하면서는 이 부분을 완전 삭제한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북측이 재발방지 조치 조항의 주어를 '북과 남'으로 적는 등 '남북공동책임론'을 취하고 있는 등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말이 나온다. 북측이 애초 '최고존엄'을 문제삼으며 개성공단 문제를 일으켰던 만큼, 스스로의 책임을 노골적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외교안보통인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은 "재발방지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게 목표라면, 합의문의 '주어'에 집착할 게 아니라 국제화 등 실제 행위를 유도해야 한다"며 "지금은 채찍 대신 당근을 써야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도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번 회담이 성공해야 19일부터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서 북한의 무력시위를 자제할 수 있고, 추석을 전후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교류까지 가능하다는 것도 거론된다. 앞서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북한의 회담 제안을 총론 면에서 전향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 각론에 대한 평가를 삼갔다. 정부 결정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놓은 것이다.
다만 정부와 청와대 내 일부 강경파들이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북한의 명확한 책임인정을 요구한다면, 회담 전망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기회에 무릎을 꿇린다는 식의 접근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만약 이번 회담이 결렬되면 개성공단 폐쇄의 책임을 결국 박근혜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며 "회담 국면에서조차 대북정책을 군 출신이 주도한다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