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발표된 정부의 세법개정안으로 가장 많은 세수가 들어오는 부분은 소득공제 축소분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5% 축소되고, 자녀관련 인적공제, 의료비와 교육비 공제 등은 세액공제로 전환된다.
이렇게 소득공제 개편으로 1조 3000억 원가량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되는 세수입은 대부분 '근로소득자', 즉 직장인의 유리지갑에서 추렴될 것으로 보인다. 부부합산 총소득 5500만원 이상 가구의 세부담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받아온 '13월의 월급'도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혜택이 일부 줄어드는 분들은 이번 세법개정안을 지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근로자들의 조세저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과세요건을 완화하고 가업승계 과세특례를 확대하는 등 세법개정안이 증여세와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근로소득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상당수 음식점들도 저항에 가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정부는 농수산물의 의제매입세액공제를 매출액의 30%까지만 인정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일부 음식점들에서 심한 경우 매출액의 80%까지 공제를 받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적발됐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혜택이 줄어들게 된 업주들은 정부의 소상공인 살리기 의지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 기재부 "중산층 세부담 크지 않아, 조세저항 정면돌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조세저항을 정면돌파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과도한 소득공제로 왜곡된 소득세제를 정상화한다는 점과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가구의 경우는 세부담이 매달 1만 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중산층 이상 소득계층에서 1조 3000억 원을 걷은 뒤 여기에 4000억 원을 더 보태, 저소득 계층에게 1조 7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소득재분배를 방패삼아 정치권의 반발도 뚫고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김낙회 세제실장은 "우리나라가 소득세를 너무 후하게 깎아준다"며 "솔직히 당에서 반대하더라도 저희가 밀어붙인 것은 욕을 먹어도 조금씩 가야한다. 그렇게 안가면 언제 정상화 되겠냐고 (정치권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 재원을 확보해야만 하는 정부의 고충과 어려움을 좀더 넓은 안목으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 선거 앞둔 정치권 "부담 백배", 원안통과 가능성 희박
그러나 434만 명의 납세자 세부담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정치권은 부담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당장 내년 상반기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지난 6일 "정부가 부자감세 철회 없이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이번 세제개편안은 경제가 어려울 때 더욱 힘들어지는 중산서민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감소시켜 서민경제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정협의에 참가한 의원들이 "중산층에 한꺼번에 새로운 세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세부담이 늘어나는 중산층 이상 계층의 조세조항이 본격화할 경우, 여당의 협조를 얻는 것도 힘들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입법예고를 거쳐 다음달 24일쯤 국무회의에 세법개정안을 상정한 뒤, 9월 국회에 이를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조세저항이 본격화할 경우 세법개정안은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여지는 매우 희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