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방망이 무게' 줄일 때 김현수는 늘렸다

"가벼운 방망이에 쓸 데 없는 힘 들어갔다"

두산 김현수가 방망이 무게를 늘리고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자료사진=두산 베어스)
김현수(두산)가 다시 무거운 방망이를 들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정확하게 쳐보자"라는 생각으로 방망이 무게를 줄였지만 다시 무게를 높였다. 그런데 무거운 방망이를 다시 든 뒤 성적도 올라갔다. 6월까지 5개의 홈런에 그쳤지만 방망이를 바꾼 7~8월에 벌써 6개의 대포를 쏘아올렸다.

김현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3할을 때렸고, 2009년과 2010년에는 20홈런 이상을 쳤다. 하지만 지난해 타율도 2할9푼1리로 떨어졌고, 홈런도 7개에 그쳤다.

결국 김현수는 변화를 꾀했다.

줄곧 써오던 910g짜리 방망이를 내려두고 890g짜리 방망이를 들었다. 고작 바둑돌 2개 정도 되는 무게지만 방망이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야구 선수들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방망이 무게를 낮춰 스윙 스피드와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한 뒤 박병호, 강정호(이상 넥센)가 800g 후반대 방망이를 쓰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방망이 무게가 타구의 힘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타점을 많이 올리겠다"는 올 시즌 목표도 방망이 교체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방망이를 바꾸기 전에도 3할 타율을 때렸다. 홈런이 적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7월초 최형우(삼성)에게 방망이를 받으면서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현재 홈런 21개로 2위에 올라있는 최형우의 방망이 무게는 930g. 오히려 김현수가 예전에 쓰던 방망이보다 더 무거웠다.

자연스럽게 방망이 무게를 늘리자 홈런도 따라왔다. 특히 좌타자인 김현수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이 많아졌다. 밀어쳤다는 의미지만 김현수는 "힘으로 넘겼다"고 손사래를 쳤다. 방망이 무게를 늘리면서 타구에 힘이 붙었다는 뜻이다. 무게를 줄였다, 늘렸다하는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에게 맞는 방망이 무게를 찾은 셈이다.

김현수는 "방망이 무게를 줄인 것이 나에게는 독이 됐을 수도 있다. 내 힘에 비해 가벼운 것을 썼던 것 같다"면서 "920~30g짜리를 쓰다가 정확하게 쳐보자는 생각에 줄였는데 오히려 방망이가 가벼우니 타격 동작에서 쓸 데 없는 힘이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형우형 방망이가 안 부러지고 좋던데요"라고 웃는 김현수는 920g짜리 방망이를 새로 주문했다. 남들은 힘들어서 방망이 무게를 줄이는 여름에 오히려 더 무거운 방망이를 잡고 맹타를 날리는 '타격 기계' 김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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