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봉만대' 왈 "에로영화 현장 궁금했지? 자, 봐"

A급 이상과 B급 현실 사이 거짓 없는 영화…"또 다른 세계에서 열정 키우는 사람들 얘기"

왼쪽부터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에 출연한 이파니, 성은, 봉만대 감독, 곽현화.
"남들이 그래요. 에로거장 봉만대라고." 누구나 궁금해 할 법한 에로 영화 촬영장의 풍경을 오롯이 담아낸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가 29일 개봉한다.
 
아티스트 봉만대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봉만대 감독과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곽현화 성은 이파니는 6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영화에 얽힌 뒷얘기를 들려 줬다.
 
아티스트 봉만대의 줄거리는 이렇다.
 
'남극일기(2005년)' '헨젤과 그레텔(2007년)'의 임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곽현화 성은 이파니가 주연을 맡은 에로공포영화 '해변의 광기' 촬영이 인도네시아 발리 올 로케로 진행되고 있다.
 
심심해도 너무 심심한 에로신 탓에 감독과 사사건건 부딪히던 제작자는 결국 임필성 감독 대신 에로계의 거장 봉만대 감독을 긴급투입하기로 결정한다.

봉 감독은 영화에 수위 높은 노출신이 여럿 삽입하고, 이에 대한 여배우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감독과 배우들 사이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봉만대 감독은 대한민국 에로계의 독보적인 거장 봉만대 역을, 곽현화는 할 말은 꼭 하고 마는 개그우먼 출신 배우 곽현화 역을, 성은은 에로배우의 꼬리표를 떼고 싶은 가수 겸 배우 성은 역을, 이파니는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방송인 이파니 역을 맡았다.
 
이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감독과 배우들간 작품에 대한 의견 충돌, 제작자와의 기싸움, 예측할 수 없는 아찔한 사건사고까지 에로 영화 촬영장의 뒷모습을 여과 없이 담아내는 장치가 된다.
 
제목에도 감독의 이름을 내세워 봉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것은 아닌가라는 궁금증을 낳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봉 감독은 "가까운 친구들조차 제 영화의 촬영 현장을 궁금해 했고 그 부분을 풀어내고 싶었다"며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가 아니어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궁금증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에로 영화 촬영장에 대한 편견을 깨고 현장에서 겪게 되는 데미지를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 등 삶의 한 부분을 잘라서 담아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제가 영화계에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경험을 담은 순도 99%의 진짜 이야기라는 점을 보증한다"며 "영화를 보고 난 뒤 배우들이나 스텝들이 '저게 내 이야기 아니에요?'라고 물어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배우 이파니 성은 곽현화.
곽현화는 "영화 속 곽현화가 도도하고 까칠한 성격이어서 99% 사실이라고 하면 관객들이 오해할 것 같다"며 "봉 감독이랑 많이 다투고 욕설하는 장면도 있는데 '곽현화 세구나'라는 말이 나오면 스스로 연기를 잘했구나라고 여기겠다"고 말했다.
 
성은은 "한 달을 올 로케로 찍으면서 리얼한 현장을 보여 주다 보니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영화인지 실제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미치기 직전까지 갔었다 (웃음)"며 "데뷔 8년 만에 수중키스신을 처음 찍었는데 그때도 구분이 잘 안돼 물 속에 너무 오래 있던 나머지 몸도 입술이 부르트고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이파니는 "출산 100일 뒤에 촬영에 합류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한 달 만에 30㎏을 빼면서 고생한 영화인지라 애착이 많이 간다"며 "극중 영화 촬영하러 간 김에 섹시 화보까지 찍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 제의를 받았던 적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세 여배우는 봉 감독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어땠을까. 에로 영화의 촬영 현장을 담은 영화라는 점에서 거리낌은 없었을까.
 
곽현화는 "한 번 만나보고 싶은 분이었기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는데, 에로틱한 것만 부각시키지 않고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몸의 곡선을 아름답게 담아 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처음 봤을 때 소년의 이미지가 있어서 편견은 없었고, 그의 영화로 우리 영화계가 더욱 다양성을 갖고 풍성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은은 "2005년 가수로 데뷔했지만 그 전에 노출신을 찍은 것이 알려지면서 8년 동안 에로 영화 제의도 많이 받았던 터라 거부감이 컸다"며 "봉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야하지 않고 예쁘게 담아낼 거란 믿음이 생겼고, 실제로도 예쁘게 잘 찍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파니는 "봉 감독은 물론 저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이 있을 텐데 B급이지만 A급이 되려고 노력하는 배우와 감독으로서 그러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의 영화인 만큼 노출 수위도 대중의 관심사이리라.
 
봉 감독은 "배우 신세경 씨와 함께 한 작품 '신데렐라'(2006년)만 빼고 제 작품은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였는데 그만큼 19금에 대한 애정이 크다"며 "저 스스로 노출에 중독된 만큼 관객이 원하는 수위는 잘 모르겠고 그걸 아는 곳은 영상물등급위원회뿐일 텐데, 자기검열 없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모두 표현했다"고 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니들이 에로를 알아"라고 외치며 발차기하는 모습을 꼽았다. 영화적 열정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을 둔 사람들에 대한 항변이요 외침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봉 감독은 "제 첫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년)이 나왔을 때 당시 열아홉 살 사촌 여동생이 그 영화를 보고는 '오빠 왜 그런 영화 만들었냐'고 묻기에 '너 위해 만든 것 아니다'라고 했던 적이 있는데 그 여동생이 지금 결혼할 나이가 되니 이해하더라"며 "전남 곡성에 계신 김말복 할아버지도 에로 영화를 만드는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 하실 테니 직접 보고 판단하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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