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정쟁·오후 대화? 민주, 5자 회담 고민

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시청광장 국민운동본부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ㆍ국회의원ㆍ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대표·원내대표를 포함하는 5자회담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썩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랫만에 나온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고 선뜻 수락하자니 썩 내키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6일 "여야가 같이 국정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 회담을 제안한데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5자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최근의 정국 흐름과 대통령의 제안에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이 있다고 보고 진의를 파악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사상 처음으로 국정원장이 출석한 국정원 국정조사에 때를 맞추어 청와대 인사개편을 발표한 점을 국정조사 물타기로 보고 매우 불쾌하고 여겼다.

그나마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준우 정무수석 등 인사의 면면을 봤을 때 "유신회귀", "외교관 출신 정무수석" 등 민심 불복 인사라는 것이 민주당의 평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증발에 대해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대화록 실종을 둘러싼 여야 공방을 수습해야 할 시점에 대통령이 나서 재점화를 시도하고는 몇 시간 뒤 5자회담을 제안하자 민주당은 속내를 알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다시 사초 증발을 정쟁화해서 국정원의 국정조사 관련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 요구를 물타기 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당초 김한길 대표가 "형식과 의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양당 원내대표까지 참석하는 5자회동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현안을 큰 틀에서 풀기보다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 원내대표에게 희망사항을 주문하기 위해 5자회담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아울러 실무 차원의 조율을 전혀 거치지 않고 청와대가 던지듯 제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실무차원의 접촉을 통해 사전에 의제를 조율하고 회담 성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윤곽을 그린 뒤 대화 제안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대화하자는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덥썩 받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많다"며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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