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엘리트와 부호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대대손손 융성한 것과는 달리 중국 중원의 엘리트들은 역사 속에서 부침과 방랑을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 송, 당, 원, 명, 청 왕조가 바뀌는 것은 물론 지배하는 종족 자체가 빈번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변란은 대개 북쪽에서 일어나고 지배계층은 북쪽에서 남쪽 또는 서쪽으로 재산을 싸들고 이주하는 사례가 많았다. 거기서 다시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것을 뿌리를 내린 토박이가 아닌 뜨네기란 뜻으로 '객가인'(客家人)이라 부른다. 소유한 재산으로 자식 교육에 올인해 훗날 화교 상류층을 구성하고 중국으로 돌아 가 상류층을 구성한 계층이 객가인이다.
이들은 두뇌와 학식이 있고 이곳 저곳 떠돌며 산 경험도 있어 개척에도 능하다. 돈도 있고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사치를 모르며 저축도 끈질기게 한다. 혈연 관계와 인간관계, 신용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인들의 단점인 도박도 멀리한다.
과거 중국 상인들이 루트를 개척하면 객가인들이 그 뒤를 따라 다른 나라를 파고 들었고, 중국 노동자들이 몰려가는 곳에도 객가인들이 뒤따라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객가인 계층은 개혁과 개방에도 일찍부터 재질을 보였다. 등소평 등 상당수의 엘리트들이 객가인 가문 출신이다.
◈ 중국 상인, 중국 노동자, 중국 자본 .... 진격의 대륙
중국인들의 객가인 자질은 21세기 들어서는 자본을 앞세워 지구촌 곳곳을 파고든다. 바로 차이나 머니를 통한 지구촌 정복 전략이다. 최근 우리 언론들은 제주도에 밀려 든 중국 자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 자본들이 제주도에 카지노를 세우려 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밀려오지만 관광지에서 돈은 별로 안 쓰고 쇼핑만 한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는 숙박업소, 음식점, 상점들이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곳이 많다, 여행사도 중국 업체들이 장악했다’ ... 등등.
굳이 제주가 아니라도 중국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과 기업들은 넘쳐난다. 우리나라 주식.채권,부동산에 투자한 중국계 자금은 이미 20조원을 넘겨 2008년 말과 비교해 40배 이상이 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정은 지구촌 전체가 마찬가지이다.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남유럽과 카리브해 일부 국가들이 중국 부자들을 모시려 뛰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비자나 시민권을 쉽게 내드리고 부동산도 싸게 넘기겠다며 중국 부자들을 부른다. 미국 캐나다 호주도 중국의 부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건 마찬가지. 글로벌 시대에 자녀 교육은 자기네 나라에서 시켜야 한다고 홍보한다.
선진국은 돈을 끌어들이되 자국에서 소비자가 되어 돈을 쓰게 만드는 쪽이다. 후진국은 어떨까? 아프리카와 라오스의 예를 들어보자.
중국은 1960년대부터 아프리카에 사회주의를 심기 위해 퍼주기 투자와 경제지원을 해 왔다. 중국 경제 지원은 3무 지원으로 무이자, 무조건, 무담보였다. 길을 내고 철도를 깔고 수많은 사업이 중국의 지원으로 중국 노동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탄자니아에는 중국인 묘지가 따로 있을 정도다.
덕분에 중국은 아프리카의 천연자원과 에너지, 부동산에 진출해 막대한 이득을 챙길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는 속도를 내며 아프리카를 먹어치우고 있는 중이다. 미국.유럽도 아프리카에서의 주도권을 되찾아 보려고 애썼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아프리카 거주 중국인은 100만 명을 훨씬 웃도는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하지만 빼 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빼낼 계산을 한다. 중국은 자본을 투입해 부동산과 광산을 사고 중국인 노동자 불러다 건설붐을 일으키고 아프리카의 원자재를 캐내 간다. 그리고 다시 물건을 만들어 아프리카에 판다. 건설 현장에까지 중국인 근로자들을 데려와 일을 시킬 정도니 아프리카에 남는 건 껍데기뿐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번지는 새로운 중국식 식민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 21세기 중국식 식민주의
라오스 역시 중국의 투자로 경제 위기를 넘긴 나라. 2012년까지 중국은 라오스에 약 40억 달러를 투자했다. 무상지원도 많았다. 아셈회의용으로 컨벤션센터를 지어주고, 와타이 국제공항도 무상으로 확장해줬다. 스포츠 스타디움, IT센터, 빌라촌에 수력발전소 건설 등 중국의 선심공세는 최근까지 계속되었다.
라오스의 풍부한 부존자원과 넓은 미개척지가 부가가치로 탐낼 만 하다는 것 외에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가 라오스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중국이 탐낼 만하지만 너무 커 버렸다. 더구나 중국과 영토분쟁 중이고 라오스를 놓고는 중국과 경쟁하는 입장이다.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진출로로 라오스는 꼭 필요하다.
라오스 입장에서는 경제 위기에 중국자본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경제가 주름을 펴기 시작했다. 그런데 카지노와 호텔이 들어서 경제가 활기를 띠는가 싶었으나 라오스 주민의 소득과 삶의 질은 더 나빠졌다. 지을 때는 외국인 카지노라고 하지만 수익과 투자금 환수를위해 외국인.국내인 가리지 않고 받아준다.
카지노에 사람이 몰리면서 파산과 폭력, 불법고리대금업, 폭력조직, 성매매가 사회에 번져 나갔다. 라오스 정부는 결국 지난 5월 카지노 사업을 중단시켰습니다. 라오스에 들어 온 중국 자본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카지노와 향락산업에 골몰했지 관광산업 인프라나 제조업 등 장기적이고 생산적인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중국의 투자가 라오스 내부산업을 망치기도 했다. 라오스를 중국의 고무 생산지로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퍼붓자 라오스 농민들은 농토를 갈아 업고 고무나무를 심었다. 울창했던 열대림이 고무농장으로 바뀌며 동식물이 상당수 사라져 버렸다. 고무생산은 늘고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중이고 사 줄 곳은 중국 뿐이니 중국 상인들 눈치 보며 덤핑할 수밖에 없다. 최근 라오스 정부는 중국 자본의 고무농장 개척을 불허하기로 했다.
투자유치를 해도 어떤 성격의 투자이고 그 투자가 국내 산업과 경제를 어느 쪽으로 몰고 갈지 고려하며 투자를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 자본이라고 해서 모두 검은돈처럼 여길 것은 아니다. 해외투자자본의 유입선이 다변화되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기술.고용과 관계가 적은 전시성 사업에 자본을 끌어들이거나 국가의 주요 자산이나 땅을 맡길 경우 그 위험성을 살피며 중앙정부가 기업.기관.지자체를 컨트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