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돌 봇물, 1세대 아이돌과 무엇이 다른가

우연한 기회vs원래 목표 연기자…연기 쏠림 우려도

아이돌의 '외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15년째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아이돌 그룹의 생명력을 늘리기 위해서도 아이돌 멤버들의 개별 활동은 적극 권장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자작곡, 예능, DJ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특히 연기분야에 대한 아이돌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활약했던 1세대 아이돌과 지금 아이돌들의 달라진 연기돌 도전을 비교해봤다.

◈ 과거의 연기 도전, 해체 징후 해석

H.O.T, 젝스키스 0명, S.E.S 1명, 핑클 2명…연기자로 전향한 1세대 아이돌 멤버의 숫자다.

1세대 아이돌은 개별 활동 자체를 금기시 하는 분위기였다. 멤버 홀로 따로 떨어져 나와 활동한다는 건 해체 징후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유진이 S.E.S로 활동하면서 '러빙유'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큰 관심을 모은 이유다.

그런 만큼 가수로 활약하면서 연기를 겸한 1세대 아이돌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활동 말기 연기를 시작해 팀 해체 후 완전히 연기자로 전향했다. 지금은 완전히 연기자로 자리 잡은 핑클 성유리 이진, 베이비복스 이희진 등이 그 예다.

◈ 지금의 아이돌, 활동 시작→연기 병행


최근 아이돌들은 활동이 자리가 잡히면 바로 연기에 도전장을 낸다. 연기돌이 없는 아이돌 그룹을 찾기 힘들 정도다.

소녀시대만 보더라도 윤아, 유리, 수영, 제시카 등 멤버 중 네 명이 연기자로 데뷔를 마쳤다. 막내 서현도 SBS 주말극 '열애' 출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이 성사될 경우 소녀시대 9명의 멤버 중 절반 이상이 연기를 하게 된다.

반대로 연기로 먼저 팀 이름을 알리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멤버 전원이 연기를 하고 있는 씨엔블루는 데뷔 전 리더 정용화가 SBS '미남이시네요'에 출연하면서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 "원래 꿈은 연기자였어요"…준비된 연기돌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기자 지망생이 아이돌로 먼저 데뷔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아이돌 멤버의 인터뷰에서 "원래 꿈은 연기자였다"는 고백은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런 아이돌 멤버들의 경우 어릴 적부터 연기 레슨을 받아왔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쉽게 적응한다는 평가다.

한 드라마국 관계자는 "요즘엔 추세가 데뷔 전 가수, 연기자를 가리지 않고 연습을 시키는 것 같다"며 "아이돌이라고 기본기나 순발력이 떨어지진 않는다. 선입견 없이 똑같은 신인 배우 중 한 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연기돌 쏠림, 레드오션 주의해야

연기에 도전하는 멤버들이 늘어나지만,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비중은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1세대 아이돌의 경우 본업인 음악적인 능력을 강조하는 자작곡 수록에 관심을 기울였다. 외도라고 해도 라디오 DJ 도전 정도였다. 그렇지만 최근엔 압도적으로 연기돌이 늘어난 모양새다.

이에 한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팀을 알리고 멤버 개개인의 연예인으로서의 생명력을 높이는 데에 연기 분야가 효과적이다 보니 많이 몰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너도나도 연기에 뛰어드는 아이돌 멤버들을 보며 일각에서는 "연기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 아니냐"는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아이돌의 출연이 단발적인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화평론가 박우성 씨는 "아이돌의 출연은 투자나 홍보를 위한 전략적인 캐스팅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아이돌 멤버 입장에서도 단발적인 출연으로 그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아이돌의 연기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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