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유부남 경찰관과 동갑내기 이혼녀의 불륜은 '논란이 된 임신'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사건은 일단락된 듯 하지만 너무 압축적으로 마무리된 탓에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살해된 실종 여성의 가족은 "살해된 것도 억울한데 꽃뱀으로까지 몰리고 있다"고 절규하고 있다. 아울러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 대한 걱정은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 살해된 실종 여성, 구속된 경찰관
군산시 미룡동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 이모(40) 씨는 지난달 24일 내연관계였던 군산경찰서 소속 경사 정모(40) 씨를 만나러 간 뒤 실종됐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며 경찰조사를 받은 정 씨는 바로 잠적했고, 열흘 동안 도주행각을 이어오다 지난 2일 충남 논산시 취암동의 한 PC방에서 이번 사건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정 씨는 지난 3일 열린 현장검증 중 인터뷰를 통해 "계속해서 저에게 300만원이 돈이냐. 경찰서에 찾아가겠다. 애를 낳아서 데려다주겠다고 협박해 옥신각신하다가 목을 졸라서 죽였다"고 범행동기를 털어놨다.
이렇게 이 씨 실종부터 정 씨의 검거까지 열흘 걸린 사건은 정 씨 검거부터 현장검증까지 만 24시간 만에 뚝딱 마무리됐다.
경찰은 지난 4일 정 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숨진 이 씨의 가족은 5일 이 씨의 시신을 화장했다.
정 씨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불륜이었다면 전개는 임신, 절정은 낙태와 합의금을 둘러싼 다툼이었다.
숨진 이 씨는 여동생과 정 씨에게 임신했다고 알렸고, 지난 24일 낙태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정 씨와 만났다.
정 씨는 합의금을 둘러싼 다툼 때문에 우발적으로 이 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 씨의 부검을 의뢰했고, 임신 사실이 잘 확인되지 않아 유전자 감식이 필요하다는 답을 얻었다. 이즈음 언론보도를 통해 "이 씨가 7월 11일 지인에게 '생리했다'라는 SNS 메시지를 보낸 게 확인됐다", "두 사람이 지난 6월말에 관계를 가졌다"라는 말이 흘러 나왔다.
결론적으로 이 씨가 임신을 하지 않았음에도 정 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했고, 정 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돈 문제로 다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성립됐다.
경찰관이 시민을 살해한 사건이라는 본질을 앞선 '꽃뱀' 논란과 '우발적'으로 짜 맞춰진 듯한 사건 구조에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
어른들의 불륜과 살인사건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자녀는 공교롭게 모두 두 명이다.
피의자 정 씨의 자녀는 정 씨 검거 전에 '아버지의 얼굴이 실린 수배 전단'을 보고 "엄마, 아빠가 무슨 잘못했어?"라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이 씨의 자녀들은 나이가 더 많아 직접적인 상처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씨의 자녀들은 현재 전 남편과 함께 있다. 전 남편에 따르면 두 자녀는 아무 말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하루 종일 '엄마의 기사'와 '거친 댓글'을 읽고 있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살인자 아버지'를 둔 자녀와 '인터넷 상의 숨진 꽃뱀'을 어머니로 둔 아이들의 아픔은 누구도 씻어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