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 뒤에 꼬리표처럼 달려왔던 초원복집 사건이다.
초원복집 사건이란 지난 1992년 14대 대통령선거를 사흘 앞둔 12월 11일 당시 김기춘 법무장관이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등과 벌인 대선 대책 회의를 말한다.
이 자리에 모인 김기춘 장관 등 부산지역 기관장들은 민자당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 감정을 부추기고, 정주영 국민당 후보, 김대중 민주당 후보 등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등 관권 선거와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당시 대화 내용은 통일국민당측과 전직 안기부 직원 등이 공모해 감행한 도청을 통해 폭로됐다.
녹음기에는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돼."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이 그대로 녹음돼 있었다.
특히 김기춘 장관은 박일용 청장에게 "당신들이야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괜찮지 뭐…. 우리 검찰에서도 양해할 것이고, 아마 경찰청장도 양해…"라며 지역 경찰총수에게 불법선거운동을 권유한 것으로 돼 있다.
이들이 비밀 회동에 나선 것은 당시 정주영 후보가 아파트 값을 반으로 내리겠다는 공약 등으로 보수층을 잠식하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위해서였다.
이 같은 대선 모의는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실제로 김영삼 후보측을 당선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김영삼 후보 측은 이 사건을 정치 음모라고 규정하며 ‘도청’이라는 부도덕한 행위를 매도하며 정주영 후보측에 대한 역공에 나섰다.
통일국민당은 결국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김영삼 후보에 대한 영남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낳았다.
21년 전의 이 정치적 망령은 5일 김기춘 전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치 역사장 가장 추잡하고 비열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 초원복집 사건을 도외시하고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발탁한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깜짝 인사가 어떤 정치적인 실익을 거둘지 또 다른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