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휴가지인 저도에서 해변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쓴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번 인사를 예고한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35여 년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켠에 남아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 라고 올렸다.
그런데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박근혜 대통령이 거제출신에 유신헌법 제정과정에 참여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청와대 개편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청와대 개편인사를 접한 정치권에서는 '흘러간 물'이라거나 '아무리 인물이 없어도 3공화국 인물을 쓰나?' '75살의 비서실장 이해가 어렵다'는 등등의 반응이 들린다.
언론인 출신인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저도에서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를 추억하더니 3공 인물을 임명했다"면서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와 미래를 강조하면서 흘러간 인물을 등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납득이 잘 안된다"라고 말했다.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은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과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기파랑 대표, 김용갑 전 의원, 현경대 전 의원, 강창희 국회의장 등과 함께 7인회로 불리며 실세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 신임 비서실장과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때부터 시작됐는데 1974년 8월 육영수 여사가 피살됐을 당시, 공안검사로 육 여사를 저격한 재일교포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내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검사'라는 평가를 받았고 그 이후 출세가도를 달렸다.
유신헌법 제정과정에 참여했고,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사건의 9인방 중 한 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뒤 제15대 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16, 17 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2년 12월 11일 부산 지역 기관장들을 모아 지역감정을 조장해 여당 후보를 지원하는 내용을 의논했던 초원복집 사건으로 기소되었으나 무혐의로 풀려났으며 1995년 공천을 받아 경남 거제에서 당선됐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당시 탄핵을 적극적으로 주도했으며,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탄핵심판시 일종의 검사역할을 했다.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도 의외의 인사로 꼽힌다. 사법시험 18회로검찰에서 떠난지 6년이 지난데다 법무부 장관보다 5년 검찰총장보다 6년 선배다. 청와대가 법무부와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내 보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기춘 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황교안 법무부 장관까지 공안라인을 배치한 것도 눈에 띠는 부분이다.
신임 홍경식 민정수석은 검찰재직시절 후배들에게 깐깐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의정부 검사장 시절 '홍주사'로 불리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이나 홍경식 신임 민정수석이 원칙을 강조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법무행정이나 검찰의 실상을 너무 잘알기 때문에 소통이 자유로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전략수석으로 발탁된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원 출신으로 실무에 밝고 활달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미래전략 수석으로 적절한가를 두고는 반응이 엇갈린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임명됨으로서 일종의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막후 실세그룹인 7인회 멤버가 전면에 등장함으로서 오히려 막힌 정국을 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비서실장이 임명됨으로서 여.야 관계에 돌파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