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선수에게 오후 10시 넘어 시작되는 경기는 낯설다. 국제 대회 경험이 풍부한 김주성도 헛웃음을 지으며 "아마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 중인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5일부터 12강 조별리그를 치른다. 바레인, 카자흐스탄, 인도를 차례로 상대한다.
그런데 경기 시간 배정이 좋지 않다.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 모두 필리핀 현지시간으로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11시30분)에 시작된다.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에 배정된 것이다.
개최국 필리핀은 프라임 시간대인 오후 8시를 배정받았고 필리핀 다음으로 관중 동원력이 좋은 중국은 그 앞 시간대인 오후 5시45분에 경기를 치른다.
오후 10시30분 경기는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다. 늦은 밤까지 어떻게 컨디션을 유지하는냐가 가장 큰 변수다. 식사 시간도 바꿔야 한다. 다음 날 컨디션 회복 방법 역시 중요한 과제다.
유재학 감독은 "어차피 불리한 조건에서 대회를 치른다고 생각하고 왔다. 감수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걱정이 적잖은 눈치였다.
유재학 감독은 "시간이 늦어져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어떻게 할 지가 신경쓰인다. 경기 전까지 남은 시간동안 호텔에 있어야 하는데 선수들에게 맡겨볼 생각이다. 자기 몸 상태를 확인해서 호텔 안에 헬스클럽이 있으니 알아서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내심 '진천 효과'를 기대했다. 대표팀은 7월 초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존스컵을 마친 뒤 오후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8시에 훈련을 시작해 9시30분까지 땀을 흘렸다. 필리핀과의 시차와 늦은 밤 경기를 대비한 포석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진천에서 야간 훈련을 해왔다. 여기 시간으로 보면 밤 9시부터 10시30분까지 운동을 한 셈이다. 지장은 있겠지만 아주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