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평가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만한 팀은 없다는 것이다.
휴식일에 진행된 4일 공식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유재학 감독은 당장 눈앞에 놓인 D조 상위 3개국(카자흐스탄, 바레인, 인도)과의 12강 리그에 대한 걱정 뿐이었다.
약체들로 구성된 D조는 FIBA에게도 찬밥 대우를 받았다. 메인 경기장인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가 아닌 허름한 경기장에서 조별예선을 치렀을 정도다. 심지어 공식적인 경기 녹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팀으로서는 비디오를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유재학 감독은 "기록지만 보고 붙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절대 약한 팀들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중동에서 약팀이라고 했는데 요르단과 하는 것을 보니까 절대 약한 팀은 없다.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침에 TV로 봤는데 카자흐스탄의 경우 6~7명이 고르게 득점을 하는 팀이다. 슛 성공률에도 기복이 없다. 그냥 나온 팀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경기도 방심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12강 리그 이후에 펼쳐지는 8강 결선 토너먼트에서는 개최국 필리핀을 비롯해 대만, 카타르, 요르단 등이 잠재적인 맞대결 후보다. 유재학 감독은 승부의 상대성에 주목했다.
유재학 감독은 "중국, 이란을 상대하는 것이나 대만, 필리핀을 상대하는 것이나 똑같다. 그들이 상대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8강, 4강도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먼저 대만에 대해 "퀸시 데이비스라는 귀화 선수가 들어와 외곽이 다 살아났다. 그 한명이 팀 전체를 바꿨다"고 평가한 뒤 필리핀에 대해서는 "아시아에서 필리핀이 가장 농구를 잘한다. 기량은 가장 좋다. 단지 팀워크보다는 개인기 위주로 하기 때문에 효과가 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중동세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유재학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알던 중국 팀들은 외곽슛을 던질 줄 몰랐다. 지금은 다 던질 줄 안다. 신장 높고 팔도 길고, 모두 무서운 팀들이다"라고 밝혔다.
대응도 상대적으로 한다. 유재학 감독은 "장신팀을 상대로는 지역방어를 가져가야 하고 대만같이 외곽슛이 좋은 팀에게는 맨투맨으로 가고,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술적인 토대는 잘 마련됐다. 선수들은 유재학 감독과 함께 한 약 2달의 훈련 기간동안 연습한 내용과 효과에 대해 만족도가 상당하다. 이제부터는 집중력과 의지의 싸움이다.
유재학 감독은 "선수의 열정과 의지가 중국전을 이기게 만든 것이다. 다른 것은 없다"며 "한국형 농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전술은 감독마다 다 다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에서 승패가 달라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