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 대회 '죽음의 조'를 무난하게 통과했다. 결승전까지 다시는 이란과 중국을 만나지 않는다.
한국은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 대회 조별예선 전적 2승1패를 기록해 C조 2위를 차지했다. 3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C조 최종전에서 이란이 중국을 잡으면서 이란(3승)이 1위, 중국(1승2패)이 3위로 12강 리그에 진출했다.
12강 결선리그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은 D조를 통과한 3개국과 한 조(F조, E조는 A-B조 6개팀으로 구성)를 이뤄 맞대결을 펼친다. 그런데 C조 조별예선 전적을 그대로 안고간다.
D조에는 카자흐스탄, 태국, 인도, 바레인 등 약체들이 몰려있다. D조 경기는 메인 경기장이 아닌 별도의 열악한 경기장에서 진행됐을 정도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팀들이다. 이변이 없다면 한국을 비롯해 이란, 중국 모두 D조 팀들을 상대로 3연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보다 한단계 높은 F조 2위로 결선 8강 토너먼트에 오르게 된다. 이 경우 내년 스페인 농구 월드컵 진출의 마지노선인 대회 3위 내 입상으로 가는 길이 더 가까워진다.
한국은 8강에서 E조 3위팀을 만난다. A조(필리핀, 대만,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와 B조(일본, 카타르, 홍콩)에서 가장 강한 두팀을 피할 수 있다.
▲'유재학 호' 방심은 없다…변수는 필리핀
8강을 통과한다면 4강 대진도 나쁘지 않다. 한국은 대진상 준결승전에서 E조 1위와 F조 4위팀간 8강전 승리팀과 격돌한다. E조 1위팀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양강으로 평가받는 이란 혹은 중국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결승전에 진출한다면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농구 월드컵 진출 티켓을 따게된다. 이번 대회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한국은 지난 1998년 세계선수권 대회를 끝으로 세계 무대에 서지 못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E조의 전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8강 혹은 4강 무대에서 개최국 필리핀을 만나지 않는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농구가 마치 한국에서의 프로야구처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구 전문채널도 다수 있다. 필리핀의 경기가 열릴 때면 몰오브아시아 아레나는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찬다. 광적인 응원이 펼쳐지는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국제 대회의 성격상 심판 판정이 아무래도 개최국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또한 필리핀은 귀화선수 마커스 다우잇이 버티고 있어 전력도 만만치 않다. 여러 모로 피해야 하는 상대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이란의 베시로비치 감독 역시 필리핀을 우승후보이자 라이벌로 평가한 바 있다.
물론, '유재학 호'는 방심할 생각이 전혀 없다.
유재학 감독은 "문제는 8강, 4강전이다. 8강전도 사실 쉽게 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필리핀, 요르단, 대만 등 모두 전력이 좋은 팀이다. 그런 팀에 대한 준비를 다시 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