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실종된 지 9일 동안 오리무중이던 수사는 PC방에서 붙잡힌 피의자 경찰관이 "여성을 살해하고 유기했다"고 자백하면서 열흘 만에 진정 국면에 들었다.
그런데 살해 동기와 수법, 시신 유기, 도주 경로 등은 전적으로 정 씨 자백에 의존하고 있어 수사사항이 많지만 경찰은 지나치게 이르게 사건을 마무리하려하고 있어 배경에 궁금증이 쏠린다.
◆ 준비 안된 사건 브리핑
2일 오후 6시 32분께 충남 논산시 취암동의 한 PC방에서 붙잡힌 군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정(40.경사) 씨는 이날 오후 8시 40분께 군산경찰서에 압송됐다.
한 동안 진술을 하지 않다가 최종선 군산경찰서장을 면담한 뒤 입을 열기 시작한 게 오후 11시경. 조사는 한 시간가량 진행되다 마무리됐다.
사건 브리핑은 다음날인 3일 오후 3시에 예정됐고, 정 씨에 대한 조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재개됐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조사시간은 5시간 남짓이다.
결국 경찰은 6시간 정도 조사한 뒤 급하게 사건 브리핑이 나섰다.
그래서 관심도가 큰 사건이었지만 차트나 도표 등이 있을 수 없었고, 질문에 대한 경찰 답변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또 "확인하지 않았다", "모르겠다"는 답 역시 다수였다.
◆ 이례적으로 이른 현장검증
3일 군산경찰서에서 진행된 브리핑은 30분도 안돼 마무리됐고 경찰은 피의자 정 씨를 대동하고 오후 4시부터 현장검증에 나섰다.
현장검증은 혐의에 대한 조사를 다 마치고 증거확보 등을 위해 진행되는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이번은 상당히 이른 편이었다. 현장검증 시간은 50분이 채 안 걸렸다.
결국 정 씨의 검거부터 현장검증 완료까지 걸린 시간은 23시간에 불과하다.
실종 신고부터 피의자 검거까지 열흘 걸린 사건, 잠적한 피의자의 8일간의 행적 중 검거 전까지 하루에 불과한 사건이 채 만 24시간도 안돼 수습된 것이다.
◆ 찜찜한 일사천리
3일 진행된 브리핑은 당시 최종선 군산경찰서장(총경)이 진행하기로 돼 있었지만 갑자기 수사본부장인 전북지방경찰청 허경렬 차장(경무관)으로 바뀌었다.
브리핑에 앞서 경찰청이 직원에 대한 지휘책임을 물어 최 서장을 직위해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조만간 정 경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겠지만 3일 진행된 일련의 조치로 사건은 끝났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피의자의 자백이 있고, 증거가 명확해 다툼의 여지가 없는 사건이다"며 "국민에게 송구스럽고 장기간 수사 탓에 직원들도 고생해 수사를 신속히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뚝딱 마무리되는 사건을 보면 뭔가 찜찜하다.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면 사건의 진실을 보다 정확히 밝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텐데 일련의 흐름이 국민에게 송구스러워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