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2011년 1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바른 우익을 지향한다’는 명목으로 특정 지역을 비방한 네이버 카페, <라도코드> 에 폐쇄명령을 내렸고 그 해 29일 방통위는 해당 카페가 지역감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라도코드> 측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였으며, 카페 폐쇄를 최종 결정하였다.
그러나 네이버 측은 방통위의 시정요구를 부분적으로만 받아들여 해당 카페는2012년 1월 16일 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결국 네이버는 폐쇄가 아닌 ‘영구접근제한’ 조치의 일환으로써 카페를 비공개로 전환시켰다. 네이버 측이 방통위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였다.
과거 <라도코드> 카페뿐만 아니라 현재 다양한 포털 및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물 및 댓글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본 기자는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넷 악성 댓글 문제와 그것의 처벌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았다.
◈‘KISO’의 악성 게시물 삭제 처리 기준 미흡
KISO는 현재 NHN, DAUM, SK커뮤니케이션즈, 야후코리아, KTH 등 국내의 주요 포털 5개 사를 회원으로 두고 회원사에게 인터넷 게시물 처리 정책에 관한 사항 및 자율규제의 방향성을 안내하는 기구이다. 이들5개 포털 사이트는 모두 KISO의 정책결정문에 따라 인터넷 게시물 및 댓글의 심의를 진행한다. ‘2012년 KISO 자율규제 백서’에 따르면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삭제 요청이 1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한 삭제 요청이 13건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나현수 KISO정책운영실 선임연구원은 “정책결정 2호에 명시 되어 있는 바와 같이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자의 신고 및 요청이 있어야 한다.” “명예훼손성 게시물이 지나치게 확산되어 중대한 피해 및 명백한 위험이 예상되면 해당 게시물은 명예훼손 관련 정책에 따라 심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KISO 의 회원사로 있는 해당 포탈사이트 내에서 명예훼손으로 피해자가 특정 게시물을 신고할 경우 30일동안 해당 게시물은 블라인드 처리가 된다. 그 이후에 해당 게시물 게시자가 재게시 요청을 하지 않는다면 게시물은 삭제되며 위의 5개 포털 사이트는 모두 이러한 과정의 규제장치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명예훼손으로 신고된 게시물 작성자가 재게시 요청을 할 경우 포털 사이트는 ‘임시조치 후 게시물 심의에 관한 정책’에 따라 게시물 심의를 진행한다. 유정석 KISO정책운영실 팀장은 “바로 이 부분에 있어 법적인 재게시 절차가 미흡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기준이 참 애매하거든요”라고 말하며 악성 게시물의 삭제 및 임시삭제 후 처리 기준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7월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과정에서 공문서 위조 논란이 일면서 인터넷에는 전라도 비하 댓글이 난무했다. 28일 강운태 광주시장이 공문서 조작 논란에 대해 사과를 하는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에는 30일 오후 5천3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세상에서 가장 뻔뻔한 전투민족 전라디언” “명불허전 라도 조작질 대단하다” 등의 댓글은 광주시장의 기자회견 관련 내용보다는 욕설과 풍자로 가득한 음해 및 비하로 가득했다. 나현수 KISO정책운영실 선임연구원은 “지역감정 관련 게시물 및 댓글은 대게 피해자가 불명확하고 가해자 및 피해자가 집단이기 때문에 처벌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피해자가 집단이 될 경우 규모는 약200에서 300명으로 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지역감정 관련 악성글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1조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규정에 따라 처벌된다.
◈지역감정 조장 악성 댓글… 포털 사이트 심의, 규제에 어려움
그러나 지역감정 조장성 대부분의 글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막연한 욕설 혹은 가치판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명예훼손죄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전라디언” “ASKY” 등의 대부분의 댓글 용어는 일베에서 비롯된 신조어이며 이 중에는 기존에 존재하던 단어가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모든 신생용어를 필터링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 포털 사이트는 악성 용어에 대한 심의 및 규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 31일 헌법 재판소는 ‘임시조치제에 대한 위헌소헌사건’에서 최장 30일의 임시조치 이후의 절차에 대해 사업자와 이용자 사이의 자율, 사업자 자율 등의 영역임을 밝힌 판결을 내린바 있다(2010헌마88). 이 결정은 임시조치 기간 내의 분쟁해결과 임시조치 기간 이후의 절차에 대한 운용을 국가의 영역이 아닌 시장의 영역으로 맡긴 것이다.
포털 네이버는 연간 수십억의 예산과 500여명 이상의 모니터링 인력을 투입한다. 정부는 공적 규제에서 자율규제로 이미 방향을 전환한지 오래지만 이러한 포탈의 노력에 뒷짐을 지고 방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명 포털 사이트 한 관계자는 “사실상 자율규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거의 미비하다.””정책적으로 지원을 한다기 보다는 사회적 이슈에 따라서 모니터링 인력 확충을 권고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공간 내의 악성 댓글과 게시물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당근’없는 포털 사이트의 ‘채찍’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