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6:10~07:00)
■ 진행 : 김윤주 앵커
■ 출연 :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
김윤주(앵커)> <좋은 아침 김윤줍니다> 토요일 첫 순서는 <숫자로 본 한 주간>입니다.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잡니다.
이정환(미디어 오늘 기자)> 안녕하세요?
김> 이번 주의 숫자는 뭔가요?
◈ "1300"…당신이 며칠 일했느냐에 따라 목숨 값이 달라진다
이> 1300일입니다. 산업재해로 숨졌을 때 보상금 산정 기준입니다. 기본임금에 1300일을 곱해서 보상금이 지급됩니다. 여기에 장례비가 120일분 추가 됩니다. 만약 하루 일당이 6만원이라면 8520만 원을 받게 됩니다. 최근 잇따라 안타까운 산업재해 사고가 많았는데요.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으면 4년 정도 연봉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죽기 직전에 얼마를 받았느냐에 따라 사람 목숨 값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김> 이번에 방화대교 공사현장 사고 같은 경우는 시공업체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 논란이 됐는데요. 산재보험 말고 다른 보상금은 못 받게 되나요?
이> 접속 도로의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두 명이 숨지고 한 명이 크게 다쳤죠. 시공사인 금광기업이 건설공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서 이 회사가 부도를 내면 서울시가 부담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 회사는 2005년 10월 말 공사를 시작하며 7년 동안 재물보상 최대 262억 원, 제3자 배상 1인당 최고 5억 원을 담보로 하는 건설공사보험에 가입했는데 지난해 3월 공사를 연장하면서 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지금은 무보험 상태입니다. 해마다 7년 동안 낸 보험료가 8억 3500만원 해마다 1억 2000만원 꼴입니다. 보통은 산재 보상금에 위로금을 받게 되는데 방화대교 사고의 경우 보험도 없고 회사 상황도 엉망이라 보상금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산재보험은 가입돼 있다고 하던데, 건설공사보험이라는 건 의무 가입이 아닌가요?
이> 의무 가입 맞습니다. 200억 원 이상의 공사는 건설공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방화대교 공사는 내년 6월 완공 예정인데, 도급액이 660억 9300만원, 총 사업비가 1048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당연히 의무 가입 대상입니다. 문제는 서울시가 이런 사실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건데요. 책임감리제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말뿐인 책임감리제, 감투만 있고 책임은 방기
김> 책임감리제라는 거 잠깐 설명해주시죠.
이> 담당 공무원과 시공업체의 유착을 막고 전문성을 높여서 부실 공사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입니다. 민간 감리업체가 책임을 지고 공사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제도인데요. 200억 원 이상 공공공사는 모두 책임감리제 대상입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서울시는 민간 감리업체 책임이라며 발뺌하고 있는데, 책임감리제가 공무원들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 금광기업이라는 회사 몇 년 전에도 부실시공으로 문제가 됐더라고요.
이>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는 회사입니다. 2010년 5월 광주 금남지하상가 붕괴사고로 13억 5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는데 돈이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죠. 그래서 광주시가 일단 배상금을 지급을 하고 금광기업에 돈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안 주려고 버텨서 소송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회사에게 공사를 맡겨오면서 제대로 관리 감독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노량진 수몰 사고도 책임감리제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오더라고요.
이> 시공사인 천호건설이 사실상 부도 상태였습니다. 건설공사보험도 들지 않았습니다. 아직 정확한 복구비용은 산정되지 않았지만 모두 시민 세금에서 나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서울시 명의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책임도 크지만 기본적으로 시공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죠. 시공업체에서는 장례비와 유가족들의 한국 방문비 정도만 지급하고, 사망 보상금은 산재보험에서 지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 중국 노동자, 비자만료 후 중국 노임 적용해 목숨값이 1/10로
김> 노량진도 그렇고 방화대교도 그렇고 중국 동포 노동자들이 희생이 컸는데요. 사망 보상금도 차이가 난다고 하죠.
이> 국내에서 일하는 중국동포 노동자는 37만여 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건설업을 비롯해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재외동포 비자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방문취업자 비자를 받아서 들어오는데 비자 기간이 만료되면 불법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쳐도 보상도 제대로 못 받고 숨어서 일하다가 오히려 사고가 나면 도망을 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자 만료 후에는 중국 현지의 노임을 기준으로 보상기준이 책정되기 때문에 사고를 당해도 보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노량진 사고 희생자들도 비자가 만료돼서 원칙적으로 중국 노임으로 보상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사고로 죽어도 보상금이 10분의 1로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김> 산재보험 이외의 보상금을 받을 수도 있나요?
이> 일용근로자 경우 한 달 근무일수가 22.3일을 넘지 않으면 평균임금은 원칙적으로 73%(6만 5000원)까지만 인정됩니다. 보통은 산재는 산재대로 받고 고용주의 과실이나 불법 행위를 입증할 수 있으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방화대교처럼 시공사가 보험도 안 들어놓고, 지급 여력도 없으면 받을 방법이 없게 됩니다. 지난 3월 14일 전남 여수산업단지 폭발사고에서도 17명의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쳤는데 이들의 상당수가 1개월짜리 단기간 계약직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여수산단 경우는 정규직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했습니다. 위로금이 3억 9000만원, 산재보험에서 나오는 보상금을 포함해 5억3 000여만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항공기 사고, 미국 연방항공청은 승객 1명의 가치 600만 달러 산정
김> 사람의 목숨 값이라는 게 조건에 따라 참 다르네요.
이> 산재는 아니지만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사고의 경우 중상 승객 110억 여 원을 받게 됩니다. 탑승객 307명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이 500억 원이라고 하죠. 미국이라서 보상금이 더 높게 나온 건데, 같은 사고라고 해도 미국에서 소송을 낸 가족이 한국에서 소송한 이들보다 받는 금액은 100배나 많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승객 1명의 가치를 600만 달러로 산정한 적이 있습니다. 2001년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에서는 딸과 사위, 손자 3명을 잃은 유족에게 51만 달러를 지급한 적 있습니다.
◈ 10년 간 건설노동자 700여명 사망 추산…절반가량 산재 보험 미가입
김> 산재를 부추기는 원인은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 이런 지적도 있네요.
이> 건설산업노동조합이 성명을 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건설노동자 7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2010년 이후 3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한 중대재해 현장 19곳 가운데 관련자가 구속 처리된 경우는 단 2건 밖에 안 됐습니다. 2008년 경기 이천시 냉동 창고 화재 사고로 40여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원청업체 대표는 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LG화학 청주공장 다이옥산 폭발사고는 아예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빨리 빨리' 공사로 최대한 이윤을 남기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사고가 많다는 겁니다. 외국에서는 산업재해를 회사에 의한 구조적 살인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비롯한 관리 감독 부실과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 그나마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노동자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고 하죠.
이>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5.0%가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수직 또는 중소기업 사업장,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저소득가구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고요. 고용노동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년 산재 사망자는 모두 2144명, 감소 추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하루 6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멕시코와 터키에 이어 산재 사망률이 3위입니다.
김> 삼성전자 집단 백혈병 사고도 그렇고 기업들이 산재 인정을 잘 안 해주려고 한다고 하죠.
이> 산재로 인정하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명백한 사고가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합의를 해주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재가 발생하면 보험료가 늘어나고 향후 입찰 과정에서 제한을 받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산업재해율(연간 노동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의 비율)은 0.65%인 반면 독일과 미국의 산업재해율은 2.87%, 3.46%였습니다. 업무상 사고로 부상을 당한 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수급을 신청한 노동자들의 95%가량이 산재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업무상 질병은 불승인률, 거부되는 경우가 2011년 기준으로 63.9%나 됩니다.
김> 숫자로 본 한 주간, 이번 주의 숫자는 1300일,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들의 보상금 산정 기준이었습니다. 누구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데 조건에 따라 보상금이나 위로금이 달라지고 아예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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