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언론에 앞서 해당 선수의 진정서를 받아 자체 조사를 진행하던 대한역도연맹은 부랴부랴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성추행 의혹이 대중에 공개되면서 역도연맹이 한국 체육의 강화를 위해 마련된 태릉선수촌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샀다.
결국 오승우 감독은 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양 측의 진술을 통해 살펴본 한국 역도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대표팀 내 성추행 논란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선수는 왜 수치심을 느꼈을까
A선수는 역도연맹에 제출한 진정서에 오 감독이 마사지를 하는 과정에서 엉덩이와 치골을 만지고 다리를 계속 벌려 여자로서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마사지 과정에서의 논란에 대해 오 감독은 “다리를 벌리고 찢는 스트레칭 동작이 이상한 동작은 아니다. 당시 A선수의 치료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비상식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본인이 수치심을 느꼈다면 빨리 사과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감독은 왜 본인이 마사지를 했을까
A선수는 당시 역도장에 트레이너가 자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 감독이 직접 마사지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감독은 “오전에는 여자부 전담 트레이너가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해서 진료했는데 A선수가 오후에 휴식을 취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훈련에 나와 다시 허리를 삐끗했고, 당시 트레이너는 촌외 훈련을 나간 상황이라 내가 직접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역도장에는 남자부 전담 트레이너가 있었지만 남자선수들의 훈련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치료했다. 치료실의 커튼도 치지 않아 밖에서도 볼 수 있었고, A선수가 괴로워하면 강도를 조절해가면서 정성을 다해 치료했다”고 덧붙였다.
◈선수의 성추행 피해 주장은 왜 늦었을까
그렇다면 A선수는 자신이 수치심을 느꼈던 당시가 아닌 2달이나 지난 뒤에야 진정서를 제출했을까.
A선수는 “이 일이 있고 나서 감독님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감독님은 막내가 왜 무표정으로 다니냐며 혼을 냈다. 부모님께 말했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에 속상해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정서에 적었다.
예상치 못한 A선수의 성추행 피해 주장에 오 감독은 “역도선수에게 허리가 중요한데 내가 치료를 잘했구나 생각하고 잊고 살았는데 지난달 26일에 연맹에서 연락이 와서 해명하라고 했다. 나는 치료를 잘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당시 사건 이후 A선수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와 훈련일지를 공개한 오 감독은 ”나는 정성을 들여 치료하고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선수가 오해를 한 것 같다”면서 “빨리 풀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선수도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선수와 감독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역도연맹은 오승우 감독에게 직무정지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역도연맹은 자체 구성한 조사위원회를 통해 성추행 논란의 당사자인 감독과 A선수, 그리고 이들의 주변인인 동료 선수와 트레이너 등과 만나 구체적인 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조사위원회는 김기동 실무부회장을 위원장, 안효작 전무, 김철현 경기이사가 부위원장을 맡는다. 조석희 심판이사와 윤석천 시설이사 그리고 여성이사 3명(원순이, 최영순, 박미정) 가운데 한 명이 추가로 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