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당당히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데다 그동안 한국 교민들이 적은 연고지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뜸한 응원 속에 외롭게 싸워 와야 했기 때문이다.
2001년 시애틀 입단한 추신수는 2005년에야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러나 스즈키 이치로에 밀려 출전 기회가 적었고, 팀의 유망주로 꼽혔음에도 2006년 클리블랜드로 이적했다. 이후 2008년 풀타임 빅리거가 됐고, 2009, 2010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고 지난 시즌 뒤 이적해온 신시내티에서 올해 최고의 1번 타자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류현진(26, 다저스)와 맞대결을 위해 LA를 찾았던 당시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절절한 마음고생이 묻어난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를 통해 "나도 (경기장에서) 많은 한국 팬들을 봤으면 좋겠다"면서 "그동안 교민들이 적은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에서 뛰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곳은 팬도, 취재진도 없어 조용하다"면서 "그러나 LA는 작은 한국 같다"고 말했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고독이 물씬 느껴지는 대목이다. 교민들의 성원 속에 경기를 펼친 류현진을 보면서 부러움은 더욱 커졌을 터였다.
▲9월 신시내티-다저스전 원정 응원단 출범
그 고독한 영웅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오는 9월 7~9일(한국 시각) 펼쳐지는 신시내티와 LA 다저스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기 위해 모인 원정 응원단이다.
사실 이번 원정 응원은 류현진과 맞대결을 염두에 두고 한 여행사가 기획한 일정이다. 그러나 여기에 동참한 사람들의 추신수에 대한 애정과 응원 열정만큼은 뜨겁고 순수하다.
류현진이 등판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신수의 경기를 직접 보고 응원하는 데 뜻을 두고 모였기 때문이다. 신시내티 홈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리는 이번 시리즈는 지난달 LA 때의 4연전과 달리 3연전이다. 선발 투수 로테이션 상으로는 마지막 3차전인 9일 류현진이 등판한다.
그러나 휴식일과 우천 취소, 부상, 순위 싸움 등의 변수로 변경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만만찮은 비용을 들여가며 이번 일정을 택했다.
30명 남짓 예상되는 소규모 원정 응원단이지만 LA 못지 않은 열기를 추신수에게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박노준 대한야구협회 이사 겸 우석대 교수도 이번 원정 응원에 동참해 추신수에게 야구 선배로서 진솔한 조언을 해줄 참이다.
▲"긴 마이너 생활, 타향 설움 극복 자랑스러워"
다큐멘터리 PD 조은성 씨도 그런 이유로 합류했다. 조PD는 전문 분야가 야구 다큐멘터리 기획, 연출일 정도로 야구광(狂)이다. 스포츠 전문 채널을 통해 방영됐던 '인천, 야구의 추억'이 그의 작품이다. 하지만 이번 일정은 일이 목적이 아니다.
조PD는 "몇 년 동안 휴가를 못 갔던 터라 일을 떠나 야구를 제대로 보기 위해 떠난다"면서 "일본에서 뛰던 이승엽(당시 요미우리)과 이병규(당시 주니치)의 맞대결을 보러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굳이 LA가 아닌 신시내티를 택한 이유다. 조PD는 "만약 한국 음식 먹고 편하게 관광이나 하고 갈 거면 LA를 갔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추신수에게 '고국의 팬들이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응원단의 역사적인 의미도 부여했다. 조PD는 "예전 박찬호는 주로 LA에 뛰어 교민들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인 빅리거에 대한 원정 응원단은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면서 "추신수가 직접 뛰는 것만 봐도 울컥하고 엄청난 일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7월 한때 1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달리다 최근 발목 부상 등으로 주춤했던 추신수. 고국 팬들의 간절한 바람과 기운이 전해져 다시 힘찬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