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김용대가 달라졌다. 팀 내 3번 골키퍼인 유상훈이 맹활약하는 모습을 벤치에서 지켜본 그가 몸으로 느낀 위기감은 곧장 슬럼프 탈출로 이어졌다. 주전 골키퍼 김용대의 부활은 서울의 부활로 이어졌다. 김용대가 돌아온 서울은 가파른 순위 상승으로 어느덧 상위권에 안착했다.
김용대의 부활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경기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다.
6위 서울과 7위 제주가 맞붙은 이 경기에서 제주는 총 9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이 가운데 경기 종료 직전의 페널티킥을 포함한 유효슈팅은 5개. 서동현과 배일환, 교체 투입된 페드로 등 제주가 자랑하는 공격수들의 슈팅은 모두 김용대를 뚫지 못했다.
이 경기 최우수선수(MOM)으로 뽑힌 김용대는 “오늘 경기서 유달리 공이 크게 보였다”면서 “휴식기 동안 준비를 잘한 동료들에게 골문이 든든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내가 선방을 해야 동료들의 기가 살고 사기가 높아진다는 생각에 더욱 집중했다”면서 “시즌 초반에 많이 힘들었던 것이 독이 아닌 약이 됐다.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최근 선전의 비결을 공개했다.
사실상 승점 6점짜리 경기라고 해도 무방했던 이 경기에서 서울의 극적인 승리를 이끈 후반 추가시간의 페널티킥 선방 역시 김용대의 완벽한 작품이다.
사실 4-4 무승부를 기록한 지난 13라운드에서도 페드로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했던 만큼 짧은 순간 김용대의 계산이 페드로보다 빨랐다. 페드로는 또 다시 같은 방향으로 공을 찼고, 김용대는 슬쩍 페인트 모션을 취한 뒤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완벽하게 공을 막았다.
김용대는 “지난 경기에서 페드로가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공을 찼다”면서 “두 번째 만남에서 어떻게 찰 것인지 생각을 많이 했는데 바로 움직이는 것 보다는 페인팅을 썼다. 물론 막긴 했지만 다시는 이런 장면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최용수 감독 역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지만 김용대의 올바른 판단이 팀에 귀중한 승점을 안겼다”고 승리의 공을 부활한 주전 골키퍼에게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