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절망할 틈도 없이 또 다른 공포가 덥쳐 온다. 해안가에 자주 출몰하던 식인상어들이 바다와 구분할 수 없게 된 도시로 몰려온 탓에 다시 한 번 생사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살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일념이다. 그들은 재차 밀려올지 모를 쓰나미를 걱정해야 하는 와중에 식인상어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
이렇듯 영화 '베이트(bait)'는 소위 '겹재난'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먹이, 미끼라는 뜻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극중 인물들은 자기만 살겠다고 남을 미끼로 내던지거나,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먹이가 되기도 한다.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 주는 재난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셈이다.
영화의 배경은 호주 동부 해안가 한 도시에 있는 대형마트. 주인공은 해상구조대원으로 일하던 중 식인상어의 습격으로 약혼자의 오빠이자 동료를 잃은 조쉬(자비에르 사무엘)다.
그는 그 뒤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약혼자 티나(샤니 빈슨)와도 멀어진 채 마트의 직원으로 하루 하루 삶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조쉬는 남자친구와 마트를 찾은 티나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공교롭게도 그날 쓰나미가 덮쳐 마트 안에 고립된다.
이들 3명 외 살아남은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은 부녀, 마트를 털고자 했던 강도와 이를 막던 경찰, 마트의 점장과 직원들까지 모두 10명으로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다.
90분이 조금 넘는 상영 시간의 대부분은 고립된 대형마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할애된다. 연출진이 주무대인 마트에 신경쓴 것은 당연한 일일 터다.
세트는 쓰나미가 도심을 덮치기 전과 후의 대형마트, 주차장으로 모두 4개를 만들었는데, 쓰나미가 덮친 뒤에는 극이 마트의 천장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파이프관, 전등, 스프링쿨러 등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점이 돋보인다.
'매트릭스' 시리즈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킴블 렌달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닌, 인간의 본성과 생존에 관한 강렬한 합주곡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단다.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 컴퓨터그래픽(CG)의 화려함에 이미 익숙해진 관객에게는 이 영화의 CG가 다소 어설프게 보일 법하다. 치밀한 관객에게는 이야기 구조가 평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를 범작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식의 B급 액션과 디테일하게 그려진 해체된 시체들이 주는 생소한 여운 때문이다.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대형마트라는 공간이 공포의 무대가 된다는 설정, 그 안에 놓인 사람들의 원초적 본능을 그리 무겁지 않게 끄집어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8월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