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 노리는'유재학 호'에 운이 따른다

이란 주축선수 결장에 중국은 부상이 변수…하지만 방심은 금물

남자농구 대표팀의 유재학 감독 (사진제공/KBL)
한국 남자농구가 16년만에 세계 무대 진출을 노린다. 오는 1일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되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상위 3개국 안에 입상하면 내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농구 월드컵(세계선수권 대회) 티켓을 따게된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받는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 약 두달동안 합숙훈련을 하며 전력을 담금질했다.

하지만 아시아 3위는 한국 농구에게 더 이상 가벼운 목표가 아니다. 한국은 지난 1997년 아시아선수권 대회 이후 단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한국은 최근 세 차례 대회에서는 각각 3위, 7위, 3위에 머물렀다.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겸했던 2007년 대회에서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진출권을 따낸 중국이 대표팀 2진을 파견했고 2011년에는 2009년 우승팀 이란이 조기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유재학 호'는 지난 대회 최종 성적이었던 아시아 3위 자리를 최소한 유지해 세계 무대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갖고있다. 한국은 1998년 세계선수권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을 포함, 세계 무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국제 흐름에 뒤처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시아 무대에서도 고전하게 됐다.


유재학 감독은 3위 안에 입상할 확률을 물을 때마다 "50대50"이라고 답한다. 높이의 약점은 분명하지만 극복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그런데 대회를 앞두고 라이벌 국가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확률을 아주 조금은 상향 조정해도 될 것 같다.

먼저 이란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201cm의 포워드 아살란 카제미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소속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차출에 난색을 표했고 카제미 역시 NBA 시즌 준비에 전념하겠다며 대표팀 차출에 응하지 않았다.

카제미는 아시아 최고의 센터로 인정받는 218cm의 장신 하메드 하다디와 더불어 이란 골밑의 핵심이다. 카제미가 출전하지 않음에 따라 이란의 골밑에 맞서기가 아주 조금은 수월해졌다. 또한 카제미는 상대 수비로 하여금 하다디에게만 집중할 수 없게끔 하는 탄탄한 공격력도 갖춘 선수다.

중국은 부상이 걱정이다. 부상자 때문에 최종 엔트리 제출을 놓고 난항을 겪었고 결국 선수 3명이 교체됐다. 그 중에는 발목을 다친 베테랑 포인트가드 류웨이도 포함돼 있다. 류웨이는 무려 11년만에 처음으로 국제 대회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중국의 12명 평균 신장은 202cm로 15개 국가 가운데 1위다. 하지만 류웨이의 결장으로 인해 가드진의 능력은 크게 떨어져 있다. 일부 중국 언론은 "대표팀에 포인트가드가 없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한국 농구가 전통적으로 높이가 강한 중국과 대등하게 맞설 때는 높이 차이를 가드진의 역량으로 만회했을 때다.

게다가 NBA 출신이자 해결사인 포워드 이젠롄이 허벅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도 대표팀에게는 호재다. 이젠롄은 대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장신선수에게 허벅지 부상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이 외에도 레바논은 자국 정치세력이 경기 진행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유 때문에 FIBA로부터 회원국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이번 대회에 나설 수 없게됐다.

이란과 중국은 1차 조별예선에서 만나는 팀들이고 레바논은 8강 결선 토너먼트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았던 잠재적인 라이벌이다. 또한 그들은 고비 때마다 한국 남자농구의 발목을 잡았다.

레바논은 아예 빠졌고 이란과 중국은 100% 전력이 아니다. 대표팀에게는 분명 호재다.

하지만 카제미가 빠지고 류웨이가 없다 해도 이란과 중국은 여전히 강팀이고 또한 대표팀이 가진 높이의 약점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는 유재학 감독의 외침은 상대보다는 자기 자신들과의 싸움을 요구한다. 귀화 선수로 전력을 보강한 필리핀, 대만 등이 복병이 될 수도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또 방심할만한 상황도 아니다. 주어진 호재를 어떻게 활용할 지 '유재학 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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