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경제성장률은 1.1%. 시장 예상과 한은의 전망치 1%를 뛰어넘는 것으로 8개월만에 0%대 성장률에서 벗어났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더 좋아질 것으로 한은은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산업동향도 소비(0.9)와 투자(4,5%)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국제수지도 상반기에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지표 경기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일례로, 기업의 경기 인식을 보여주는 이달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는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 현상은 기업 구조조정을 겪은 IMF를 계기로 뚜렷해지면서 지표경기가 호전돼도 일반 국민들은 이를 느껴보기도 전에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
IT 등 몇몇 수출 업종이 경기를 주도하면서 성장에 따른 과실이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소수 재벌기업에 독점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수익만 챙길 뿐 투자는 기피하면서 경제성장이 고용확대 등 선순환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
한마디로 경제가 성장해도 몇몇 기업만 좋을 뿐 윗목의 온기가 아랫목까지 전달되는 낙수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 정영택 경제통계국장은 “경제성장률이나 경상수지에서 IT 등 일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며 “이들 기업이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를 해야 고용이 늘면서 경제도 선순환되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투자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지표경기가 호전된다고 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상반기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며 3년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사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지표가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몇몇 기업의 실적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실제 국민들과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경기가 안좋다고 느끼는데도 이들 기업의 실적만 좋으면 지표 경기는 좋게 나옴으로써 마치 전체 경기가 좋은 것처럼 비춰지는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소수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은 급속도로 심화되는 반면, 가계는 최악의 부채에 허덕이는 현실에서 사회적 불평등은 위험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성장 동력도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경제정책도 성장률 등 단순한 양적지표에서 탈피해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