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사현장에서 죽었다하면 '중국동포'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45.1% 차지하고 단순노무 등 직업 종사 많아

한국땅에서 발생한 공사현장 사고 사망자 명단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낯익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중국동포' 노동자들이다.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장례식장에 노량진 수몰 희생자 7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윤성호기자)
지난 15일 발생한 노량진 수몰사고는 7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 중 중국동포 노동자는 박명춘, 박웅길, 이승철 씨 등 3명이었다. 반절에 가까운 사망자가 중국동포 노동자들이었던 것.


당시 서울고려대구로병원에 위치한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를 찾은 고 이승철 씨의 조카 설화 씨는 "가족들 집 구해주겠다고 5년 전 한국으로 떠났는데 이렇게 가버릴 줄 몰랐다. 평소에 자주 연락 못 한 게 너무 미안하고 한스럽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고 이승철씨의 조카 최문혁 씨도 "중국 동포든 한국인이든 모두 한 핏줄 아니냐. 귀중한 목숨을 잃은 만큼 일을 잘 해결해달라"고 부탁을 건넸다.

30일 서울 방화대교 공사현장에서 철제 상판이 무너져 근로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김민재기자)
그러나 이들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중국동포 노동자들은 또 다시 공사현장에서 철제 상판에 깔려 운명을 달리 했다.

사고는 30일 오후 1시 8분쯤 서울 강서구 방화동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일어났다.

길이 47m, 190톤 무게의 다리 철제상판이 7m 아래로 떨어졌고, 도로 상판 위에서 방호벽 타설 작업을 하던 작업 인부들은 상판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중장비와 상판에 깔렸다.

이 사고로 중국 동포 최창희(50) 씨와 중국 동포로 추정되는 서동길(50) 씨는 숨졌고, 중국동포 김모(58) 씨는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최 씨의 시신은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서 씨는 상판 밑에 깔려 수습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에는 노량진 수몰사고를 회상하며 중국동포 노동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글이 이어졌다.

이들은 "노량진 사고나 방화대교 사고나 사망자는 어김없이 중국동포거나 외국인 노동자다. 그들은 실제로 우리 사회의 밑바탕을 지키고 있는 귀중한 존재다.", "이제 공사현장에는 중국동포들이 대부분 차지하는 듯. 먼 곳으로 돈 벌러 왔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네" 등의 글을 남겼다.

지난해 통계청이 내놓은 '2012년 외국인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상주 15세 이상 외국인은 111만 4000명으로 이중 한국계 중국인(35만7000명)이 전체의 45.1%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주로 능원·기계조작·조립(33만명), 단순노무(23만9000명) 등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주당 평균 일하는 시간이 60시간 이상인 경우가 전체의 33.4%(26만5000명)를 차지했다. 하지만 3명 중 2명은 200만원 미만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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