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지원금이 '중소기업 경영보조금?'

[사회적기업의 그늘②] 1년 만에 문 닫는 예비사회적기업들

사회문제 해결과 수익창출이 동시에 가능한 '착한 기업'. 지난 2007년 등장한 사회적기업의 면면은 화려했다. 정부와 자치단체마다 사회적기업 발굴·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6년 만에 16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질적으로도 '착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원이 끊기자마자 존폐 기로에 놓이는가하면, 제도를 악용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 '양적 성장'에만 집착하는 지원제도는 이 같은 상황을 외면한다. 대전CBS는 사회적기업 지원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조명 받던 사회적기업의 현재
2. 1년 만에 문 닫는 예비사회적기업들
3. 청소·도시락 '쏠림현상', 이유 알고 보니
4. 사회적기업, 관점을 바꾸자

사회적기업 준비 단계인 예비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지원금만 노리는 '무늬만 사회적기업'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이들이 지원금만 챙긴 뒤 1~2년 만에 중도 포기하면서 그 피해가 다른 사회적기업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예비사회적기업 되고 지원금 나누자"

대전의 한 시장 상인회는 한 업체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명의만 빌려 달라"는 것. 이 업체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장 캐릭터 상품 제작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대전시에 신청하겠다고 했다.

상인회장은 "사업개발비 3,000만 원을 받으면 반반씩 나누자고 했다. 거절했지만 이 같은 제안이 심심찮게 들어온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또 다른 사회적기업 종사자는 "일반 회사들이 사회적기업을 무슨 '중소기업 경영보조금' 지원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원되는 인건비와 사업개발비, 공공시장 진입 등의 이점을 노린다는 것.

자격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정 비율의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이윤의 2/3 이상을 사회적 목적에 사용하겠다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하면 된다. 사회적기업과 달리 사업계획만으로도 지정이 가능하다.

실제 대전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일부 업체가 내놓은 사회적 목적 실현 방안을 보면, '복지시설 후원·방문, 자원봉사, 재능기부' 등 두루뭉술한 내용만을 기술하고 있다. 일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도 구분이 되지 않는다.


공익 자체가 목적인 사회적기업의 취지와 달리,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기 위해 공익을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 1~2년 만에 '중도 포기'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다 보니 중도 포기율 역시 높은 상태다.

대전시가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까지 지정한 예비사회적기업 39곳 가운데 16곳이 1년 만에, 6곳이 2년 만에 지정종료되거나 자격을 반납했다.

최대 3년 연속 지정이 가능하지만 절반 이상이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재지정이 안 되거나 스스로 포기한 것.

이들은 '일반 회사'로 돌아가거나 문을 닫기도 한다.

이들 업체에는 매달 100여만 원의 인건비가 최대 8명까지 지원됐다. 사업개발비 3,000만 원을 합치면 한해 1억 원 이상의 지원금이 투입된 것.

정부와 대전시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헛돈'을 쓴 셈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어쨌든 그 기간 동안 취약계층 고용이 이뤄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해명하면서도 "현장 실사와 서류 검토 등의 과정을 거치고는 있지만 100% 걸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하고 보자'는 업체와 '만들고 보자'는 자치단체가 '1년짜리' 예비사회적기업을 양산하고, 오히려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다른 사회적기업들의 성장까지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한 사회적기업 종사자는 "이 같은 방식으로 예비사회적기업이 늘어나면 뭐하겠느냐. 어차피 1~2년 뒤면 또 줄어들 텐데"라고 꼬집었다.

한편 대전시는 올 상반기에도 16곳의 예비사회적기업을 새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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