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기적의도서관’ 10년, 어린이 전문성 퇴색 논란

높아진 책장, 야외정원은 흉물...“특징 잃었다” 비판

국내 최초 어린이 전용 도서관인 전남 순천에 위치한 ‘기적의 도서관’이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 기적의 도서관은 순천을 도서관 도시로 이끌었다는 평가와 함께, 어린이 전문 도서관의 특징이 퇴색됐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편집자 주]

지난 2003년 11월 10일 문을 연 전남 순천시 해룡면에 위치한 ‘기적의 도서관’은 개관 당시 전국 최초 어린이 전문 도서관이라는 타이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0년 전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한 정기용 건축가는 도서관 곳곳에 아이들을 배려한 독특한 건축 방식을 적용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키가 작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1m 남짓한 높이의 서재 설계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됐다. 또한 아이들에게 집이나 도서관이 아닌 밖에서도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도서관 옥상에 조성한 ‘비밀의 정원’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 전문 도서관으로서의 이 같은 특징을 잃어버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책장의 높이는 장서 수 증가와 함께 계속 높아져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책장이 많아졌고, 비밀의 정원은 수년째 그 문이 굳게 닫힌 채 방치돼 지금은 흉물처럼 남아 있다.

기적의 도서관 운영시간도 맞벌이가 늘어나는 세태에 맞게 아이를 가진 직장인 부모의 출퇴근 시간에 맞춘 운영시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순천의 다른 시립도서관은 휴일 없이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기적의 도서관은 평일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주말은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특히 월요일에는 책 정리 등을 이유로 오후 1시에 문을 열고 있다. 다른 지역 대다수 기적의 도서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을 하는 대신 휴일에 관계없이 개관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더욱이 '순천 기적의도서관 설치 및 운영 조례'에는 운영시간을 오전 8시부터 열람실은 오후 9시, 자료실은 오후 5시까지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운영시간 연장 문제와 관련해 허순영 관장은 "주말 이용객이 천여 명으로 평일보다 배 이상 많다"면서 "인력 부족과 서비스의 질 유지를 위한 운영상의 문제 때문에 다른 기적관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해명했다.

높아진 책장 높이에 대해 허 관장은 “소장 도서가 늘어나면서 불가피하게 높아진 것”이라며 “10주년을 맞아 공간을 늘리고 책장 높이도 다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비밀의 정원도 리모델링을 통해 다시 문을 열 계획”이라며 “10주년을 맞아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최근 추경예산에 기적의 도서관 시설 개선비로 1억6천만 원을 편성했다. 순천시 한 관계자는 “10년이 된 지금도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 전문 도서관의 특징을 배우기 위한 지자체와 관공서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어린이 도서관인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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