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 이후 무려 13년만에 잠실벌에서 다시 열린 A매치 경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분좋게 축구를 관람하러 온 '붉은 악마'들은 일본 원정 팬의 돌발 행동에 기분나쁜 역사를 떠올려야 했다.
잠실에 일본 군국주의와 과거 대외 침략을 상징하는 욱일기가 등장한 것이다.
욱일기는 군국주의를 뜻하는 일본 국기의 일종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해군에서 사용했던 깃발이다. 한때 일본의 침략과 통치를 받았던 한국에서 욱일기를 흔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본 서포터스석 2층에 위치한 몇몇 관중이 양팀의 국가 연주가 끝난 뒤 욱일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진행요원의 빠른 제지로 인해 욱일기는 오래 지나지 않아 자취를 감췄지만 그 등장만으로도 국내 팬들의 눈살을 찌푸려지게 했다.
2층 관중석 난간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 운동을 펼쳤던 단재 신채호 선생이 남긴 명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가 담긴 대형 플래카드가 일본 관중석을 마주봤다. 마치 그들을 꾸짖는 듯 보였다.